이 창백한 불길이 돛대 꼭대기에서 타고 있을 때, 넋을 잃은 선원들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앞갑판에 한 덩어리로 빽빽이 모여 서 있었고, 그들의 눈은 그 창백한 인광 속에서 먼 하늘의 별자리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그 희미한 빛을 배경으로 더욱 두드러지게 떠오른 거대한 깜둥이는 키가 실제보다 세 배나 커 보였고, 마치 천둥의 근원인 먹구름처럼 보였다. 타슈테고의 벌린 입에서는 상어처럼 새하얀 이가 드러났는데, 그것도 역시성 엘모의 불에 닿은 것처럼 야릇하게 빛나고 있었다. 퀴퀘그의 문신도 초자연적인 빛을 받아 그의 몸뚱이 위에서 악마의 푸른 불길처럼 타오르고있었다.
이 극적인 장면은 결국 돛대 꼭대기의 창백한 불꽃과 함께 사라지고, ‘피쿼드‘호와 그 갑판 위에 있는 모든 선원은 다시 어둠의 장막에 휩싸였다. 잠시 후 스타벅은 뱃머리 앞으로 나아가다가 누군가와 부딪쳤다. 스터브였다.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자네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는데, 노래가사와는 다르던데?"
"아니, 아닙니다. 난 성 엘모의 불에게 말했을 뿐이에요. 우리 모두에게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성 엘모의 불은 우울한 얼굴에만 자비를 베풉니까? 웃음에는 무자비한가요? 여봐요, 스타벅 씨. 하지만 너무 어두워서 볼 수가 없군요. 그러면 내 말을 듣기만 하세요. 나는 우리가 돛대 꼭대기에서 본 불꽃을 행운의 징조로 생각합니다. 저돛대들은 고래기름으로 가득 차게 될 선창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니까요.
따라서 그 기름은 나무의 수액처럼 모두 돛대로 빨려 올라갈 거예요. 그래요. 저 세 개의 돛대는 고래기름으로 타오르는 세 개의 양초가 될 겁니다.
우리가 본 그 광경은 좋은 징조예요."
그 순간 스타벅은 스티브의 얼굴이 서서히 시야에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위를 쳐다보고 소리쳤다. "저것 봐. 저거!" 끝이 뾰족한 불꽃이 또다시돛대 꼭대기에서 타고 있었다. 불꽃은 그 창백함 때문에 초자연적인 느낌이 두 배로 강해진 것 같았다.
"성 엘모의 불이여, 우리 모두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스터브가 다시 소리쳤다.
주돛대 아래쪽, 스페인 금화와 불꽃 밑에서 배화교도가 에이해브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하지만 숙인 머리는 엉뚱한 쪽을 향하고 있었다. 바로 옆에 밧줄이 아치 모양으로 덮여 있고, 거기에서 활대를 고정시키고 있는 많은 선원들이 번득이는 섬광에 포착되었다. 그들은 이제 한 덩어리로 응집된 채 활대에 매달려 시계추처럼 흔들거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축 늘어진 과일나무 가지에 매달린 채 꼼짝하지 않는 말벌 떼처럼 보였다. 다른 선원들은 헤르쿨라네움에서 서 있거나 걷거나 달리는 자세로 발굴된 해골들처럼 마법에 걸린 듯 다양한 자세로 갑판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지만, 눈은 모두 위쪽으로 치뜨고 있었다.
"여러분!" 에이해브가 외쳤다. "저걸 보아라. 주의해서 잘 보아둬라. 저하얀 불꽃은 흰 고래에게 가는 길을 밝혀줄 뿐이다. 저 주돛대에 걸려 있는 피뢰침 고리를 가져오라. 나는 그 맥박을 느끼고, 내 맥박을 거기에 대고 싶다. 피와 불을 동조시키고 싶다." - P600

작살이 뱀 혓바닥처럼 날름거리며 소리 없이 타오르는 것을 보고 스타벅은 에이해브의 팔을 움켜잡았다.
"하느님이, 하느님이 영감님한테 등을 돌리고 계십니다. 영감님, 제발 그만두세요! 이건 불길한 항해입니다. 시작부터 불길했고, 그 후 재난이 계속됐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지금이라도 확대를 용골과 직각으로 돌리고, 이 바람을 집으로 데려다주는 순풍으로 삼아서 이보다 나은 항해를 계속합시다."
스타벅의 말을 엿듣고 공포에 사로잡힌 선원들은, 돛대에는 돛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지만 당장 아딧줄로 우르르 달려갔다. 지금 당장은 그들도 겁먹은 항해사와 같은 생각인 듯했다. 그들은 거의 선상 반란에 가까운 함성을 질렀다. 하지만 에이해브는 덜거덕거리는 피뢰침 고리를 갑판에 내던지고는, 타오르는 작살을 움켜쥐고 횃불처럼 휘두르면서 선원들 사이로 뛰어 들어가, 누구든 맨 먼저 밧줄을 푸는 놈은 이것으로 찔러 죽이겠다고 고함을 질렀다. 그의 서슬에 깜짝 놀란 선원들은 그가 들고 있는 불타는 작살에 더욱 움츠러들어 허둥지둥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에이해브는 다시 입을 열었다.
"흰 고래를 잡겠다는 너희들의 맹세는 내 맹세만큼 구속력을 갖는다. 그리고 이 늙은 에이해브는 심장도 영혼도 육체도 허파도 생명도 모두 그 맹세에 묶여 있다. 이 심장이 어떤 장단에 맞춰 고동치고 있는지, 너희들도 알수 있을 것이다. 여길 보아라. 너희들에게 남은 마지막 공포를 내가 훅 날려주마!" 그러고는 단 한 번의 입김으로 불꽃을 꺼버렸다.
태풍이 넓은 들판을 휘몰아칠 때 사람들이 외따로 서 있는 거대한 느릅나무 근처에서 달아나는 까닭은 나무가 높고 튼튼할수록 벼락의 표적이 되어더욱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이치로, 에이해브의 마지막 말을 들은 선원들은 대부분 경악과 공포에 사로잡혀 허둥지둥 그에게서 달아났다. - P604

"에이해브는 언젠가 나를 쏘려고 했지." 스타벅이 중얼거렸다. "그래. 나를 겨누었던 바로 그 총이야. 개머리판에 장식못을 박은 총. 어디 한번 만져보자, 들어보자. 이상하군. 무시무시한 창을 그렇게 많이 휘둘러온 내가지금 이렇게 손이 떨리다니. 총알이 들어 있나? 어디 보자. 아, 약실에 화약이들어 있군. 이건 안 좋아. 쏟아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아니, 잠깐만 손이떨리는 걸 고치자. 생각하는 동안 대담하게 총을 잡고 있자. 나는 바람이 순풍으로 바뀐 것을 선장에게 보고하러 온 거야. 하지만 어떤 순풍이지? 죽음과 파멸로 가는 순풍-모비 딕에게는 순풍이지. 그 저주받은 고래에게만 좋은 순풍이야. 선장은 이 총을 나한테 겨누었지. 바로 이 총이야. 그걸 내가 지금 쥐고 있는 거야. 내가 지금 쥐고 있는 이 총으로 선장은 나를 죽이려 했어. 아니, 선장은 모든 선원을 죽이는 것도 서슴지 않을 거야. 선장은어떤 폭풍에도 돛을 내리지 않겠다고 말했어. 그 귀한 사분의도 내던져버렸어. 그렇다면 위험한 바다에서 선장은 틀리기 쉬운 측정기에만 의존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항로를 더듬어 가고 있다는 얘기잖아. 이 태풍 속에서 선장은 피뢰침도 필요 없다고 단언했어. 하지만 그 미친 늙은이가 선원을 몽땅 자신과 함께 파멸로 끌고 가도록 내버려두어야 하나? 그래. 이 배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면 선장은 서른 몇 명을 고의로 죽인 살인자가될 거야. 그리고 단언하건대, 에이해브가 자기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면이 배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될 거야.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그를 제거하면 그는 그 무서운 죄를 짓지 않게 돼. 하! 에이해브가 잠꼬대를 하고 있나? 응, 그래. 바로 저기서 저 안에서 에이해브는 자고 있어. 자고 있다고?
그래. 하지만 아직 살아 있고, 곧 다시 깨어날 거야. 그러면 노인네여, 나는 당신을 거역할 수가 없어. 이치를 따져서 설득해도, 충고해도, 간청해도, 당신은 귀를 기울이지 않아. 그저 비웃고 경멸할 뿐이지. 절대 명령에 절대 복종. 당신이 말하는 건 이것뿐이야. 그리고 선원들 모두 당신과 마찬가지로맹세했다고. 우리 모두 에이해브라고, 당신은 그렇게 말하지만, 그럴 리가 있나! 당치 않은 소리야!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을까? 합법적인 방법은 없을까? 에이해브를 포로로 잡아서 고국으로 데려갈까? 뭐라고? 살아 있는그 늙은이의 손에서 힘을 빼앗자는 건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누가 감히그런 짓을 하려고 할까? 그래도 에이해브를 단단히 붙들어 맸다고 하자. 온몸을밧줄과 닻줄로 꽁꽁 묶고 이 선장실 바닥의 고리 달린 볼트에 쇠사슬로 매놓으면, 에이해브는 우리에 갇힌 호랑이보다 더 사납고 무서울 거야.
나는 도저히 그 광경을 참을 수 없을 거야. 그 무서운 울부짖음에서 도망칠수도 없을 거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고 견딜 수 없는 항해가 될 거야.
그동안 나는 마음의 평안도 모두 잃고, 잠도 이루지 못할 테고, 더없이 귀중한 이성도 나를 떠나버리겠지. 그러면 남은 방법은 뭘까? 육지는 수백 리그나 떨어져 있고, 가장 가까운 육지는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일본이야. 나는여기 망망대해에 홀로 서 있고, 나와 법률 사이에는 두 개의 바다와 하나의 대륙이 가로놓여 있어, 그래, 그래, 미래의 살인자가 자고 있는 침대에 벼락이 떨어져 이불과 피부를 함께 태워버린다면, 벼락을 내린 하늘은 살인자인가? 그리고 내가 그를 죽이면 나도 살인자인가?" - P610

"이건 뭐지? 형언할 수도 없고, 헤아릴 수도 없고, 이 세상의 것 같지도않은 불가사의한 이것은 도대체 뭐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기만적인 주인. 잔인하고 무자비한 황제가 나로 하여금 자연스러운 사랑과 갈망을 등지도록 강요하는구나. 그래서 나는 줄곧 나 자신을 떠밀고 강요하고 밀어붙인다. 내 본연의 자연스러운 마음으로는 감히 생각도 못 할 짓을 기꺼이하도록 무모하게 몰아세우는 것일까? 에이해브는 과연 에이해브인가? 지금이 팔을 들어 올리는 것은 나인가, 신인가, 아니면 누구인가? 하지만 위대한 태양도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는 심부름꾼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면, 스스로 회전할 수 있는 별은 단 하나도 없고 보이지 않는 어면 힘이 모든 별을 움직인다면, 이 보잘것없는 심장은 어떻게 고동칠 수 있고 이 작은 두뇌는 어떻게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아니라 신이 심장올 고동치게 하고, 두뇌를 돌아가게 하고,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이다. 이보게. 우리 인간은 저기 있는 양묘기처럼 세상에서 빙글빙글 돌려지고, 운명은 그 기계를 돌리는 지레라네. 저 미소 짓는 하늘과 깊이를 잴 수 없는 바다를 보라! 저기 있는 다랑어를 보라! 다랑어가 저 날치를 쫓아가서 물어뜯게 하는 것은 누구인가? 살인자들은 어디로 가는가! 재판관 자신이 법정에끌려 나와 재판을 받게 되면 판결은 누가 내리는가? 하지만 참으로 온화한 바람이고, 온화해 보이는 하늘이구나. 공기는 이제 머나먼 초원에서 불어온 듯 향기롭구나. 스타벅, 안데스의 산비탈 아래 어디에선가 사람들이 건초를 만들었고, 풀 베는 사람들은 갓 벤 건초 사이에서 잠자고 있을 거야. 잔다고? 그렇지. 우리는 아무리 힘들게 열심히 일해도 마지막에는 모두 들판에서 잠자지 잠잔다고? 그래. 작년에 쓴 낫이 반쯤 벤 풀밭에 던져진 채 녹스는 것처럼 초록빛 속에서 녹슬어 잠자지. 스타벅!"
그러나 일등항해사는 절망한 나머지 송장처럼 창백해져서 몰래 그곳을 떠난 뒤였다.
에이해브는 갑판을 질러가서 반대쪽 뱃전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다가. 그 수면에 움직이지 않는 두 개의 눈이 비쳐 있는 것을 보고 흠칫 놀랐다. 페달라가 같은 난간 너머로 몸을 구부린 채 꼼짝도 않고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 P645

보트의 선원들은 잠시 얼빠진 듯 꼼짝도 않고 서 있다가 한참 만에야 뒤를 돌아보았다. "어? 배가 없네! 맙소사! 배가 어디 갔지?" 곧 그들은 덧없는 신기루 속에 있는 것처럼 어렴풋하고 흐릿한 공기를 통해 모선이 비스듬히 기울어진 채 환영처럼 사라져가는 것을 보았다. 가장 높은 돛대만 수면 위로 나와 있었다. 이교도 작살꾼들은 한때 높이 솟아 있던 활대에 심취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충성심 때문인지, 또는 운명에 순응한 것인지. 배가가라앉는데도 여전히 돛대 위에서 바다를 망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소용돌이가 동심원을 그리며 바다에 홀로 떠 있는 보트와 그 보트의 선원들, 물 위에 떠도는 노와 작살 등 생물과 무생물을 가리지 않고 모조리 그 안으로 끌어들여 뱅글뱅글 돌면서 ‘피쿼드‘호의 작은 나뭇조각 하나까지도 남김없이 삼켜버렸다.
마지막으로 몰려든 파도가 서로 뒤섞이면서 주돛대 꼭대기에 매달려 있던인디언의 머리를 뒤덮자, 이제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똑바로 서 있는 활대 몇 뼘과 길게 펄럭이는 깃발 몇 미터뿐이었다. 파괴적인 물결에 거의 닿다시피 한 깃발은 얄궂게도 파도와 조화를 이루어 조용히 굽이치고 있었다. 그 순간, 붉은 팔과 뒤쪽으로 치켜든 망치가 공중으로 솟아오르더니, 서서히 가라앉는 활대에 그 깃발을 더욱 단단하게 못질하는 몸짓을 했다. 물수리 한마리가 별들 사이에 있는 보금자리에서 내려와 조롱하듯 돛대 꼭대기의 돛머리를 따라다니고 깃발을 쪼며 타슈테고를 방해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새의 넓은 날개가 우연히 망치와 나무 사이에 끼어들었다. 물속에 잠긴 야만인은 그 순간 공기의 떨림을 느끼고, 죽음의 손아귀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망치질을 늦추지 않았다. 그래서 하늘의 새는 대천사처럼 비명을 지르면서오만한 부리를 위로 쳐들었고, 사로잡힌 몸뚱이는 에이해브의 깃발에 싸여 에이해브의 배그 배는 악마처럼 하늘의 살아 있는 일부를 끌어당겨 투구처럼 쓰지 않고는 지옥으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와 함께 가라앉았다.
이제 작은 바다새들이 아직도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소용돌이 위를 울부짖으며 날아다녔다. 음산한 흰 파도가 그 소용돌이의 가파른 측면에 부딪혔다. 이윽고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바다라는 거대한 수의는 5천 년 전에 굽이치던 것과 마찬가지로 물결치고 있었다. - P682

에필로그

나만 홀로 피한고로 주인께 고하러 왔나이다.
-「욥기」

연극은 끝났다. 그렇다면 또 누군가가 무대에 등장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 난파에서 한 사람이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배화교도가 사라진 뒤 에이해브의 노잡이가 그의 빈자리를 메웠고, 운명의 여신들이 그 노잡이의 빈자리에 앉힌 것이 우연히도 나였다. 마지막 날, 흔들리는 보트에서 노잡이 세 사람이 바다에 내동댕이쳐졌을 때, 고물 쪽으로 떨어진 사람도 바로 나였다. 그래서 나는 그 주변을 떠돌면서 그 후에 일어난 참극을 모두 목격했다. 그런데 본선이 침몰하면서 일으킨 소용돌이가 빨아들이는 힘이 약해진 채로 나한테까지 다가와, 나는 벌린 입을 닫고있는 소용돌이 쪽으로 천천히 끌려갔다. 내가 소용돌이에 도달했을 때, 소용돌이는 힘이 약해져서 하얀 거품이 이는 웅덩이가 되어 있었다. 나는 익시온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천천히 회전하는 그 동그라미의 축-그곳에는 검은 단추 같은 거품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으로 끌려 들어갔다. 드디어 그 중심점에 도달했을 때 검은 거품이 위로 불쑥 솟아올랐다. 그러자관으로 만든 구명부표가 그 자체의 교묘한 탄력으로 배에서 떨어져 나온뒤, 그 커다란 부력 때문에 굉장한 힘으로 솟구쳐 올라와 수면에서 공중으로 높이 솟아오른 다음, 다시 바다에 떨어져 내 옆으로 떠내려 왔다. 나는그 관에 의지하여 거의 하루 동안 부드럽게 만가를 불러주는 듯한 망망대해를 떠돌았다. 이제는 상어들도 입에 자물쇠를 채운 것처럼 나를 해치려하지 않고 내 옆을 그냥 미끄러져 갔다. 사나운 물수리도 주둥이에 칼집을씌운 듯 조용히 날고 있었다. 둘째 날, 배 한 척이 다가와서 마침내 나를 건져주었다. 그 배는 구불구불 항해하고 있던 ‘레이첼‘호였다. 잃어버린 아이들을 찾아 헤매다가 엉뚱한 고아를 발견한 것이다. - P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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