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력한 꼬리를 생각할수록 내가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더욱 한탄스러울 뿐이다. 고래는 이따금 꼬리로 인간의 손짓과도 비슷한 몸짓을 하지만, 그 의미는 설명할 수가 없다. 이 신비로운 몸짓은 큰 무리에서 특히 두드러질 때가 있는데, 나는 고래잡이들이 그것을 프리메이슨의신호나 암호와 비슷하다고 단언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사실 고래는 그런 방법으로 세상과 지적인 대화를 나눈다는 말도 들었다. 꼬리만이 아니라 몸 전체를 이용한 다른 몸짓 중에도 가장 경험 많은 고래잡이조차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몸짓이 없지 않다. 내가 아무리 고래를 해부해보아도 피상적인 것밖에는 알 수 없다. 나는 고래를 모른다. 앞으로도 영원히 모를 것이다. 고래의 꼬리조차 모르는데 어떻게 머리를 알 수 있겠는가? 게다가 고래는 얼굴이 없는데, 내가 어떻게 고래의 얼굴을 알겠는가? 고래는 나한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그대는 내 뒷부분인 꼬리는 보겠지만, 내 얼굴을 보지는 못할 거라고. 그런데 나는 고래의 뒷부분인 꼬리조차 완전히 이해할수 없으니, 그가 제 얼굴에 대해 어떤 암시를 주더라도 나는 다시 말할 수밖에 없다. 고래에겐 얼굴이 없다고. - P460

소유가 법의 절반‘이라는 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속담이 아닌가? 그 물건을 어떻게 소유하게 되었는지는 상관없다는 뜻이지만, 소유가 법의 전부가 되는 경우도 많다. 소유가 법의 전부라면, 러시아 농노나 공화국 노예들의 근육과 영혼은 ‘잡힌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과부에게 마지막남은 동전 한 닢이 탐욕스러운 지주에게는 ‘잡힌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저기 푯대 대신 문패가 달려 있는 대리석 저택, 아직 죄가 발각되지않은 악당의 집도 잡힌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비참한 파산자가가족을 굶주림에서 구하려고 중개인 모르드개 한테 돈을 빌릴 때, 모르드개가 그 가엾은 파산자에게 뜯어내는 턱없이 비싼 선불 이자는 ‘잡힌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영혼을 구제하는 대주교가 뼛골 빠지게 일하는 수십만 명의 노동자(대주교가 도와주지 않아도 모두 천국에 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가 먹는 부족한 빵과 치즈에서 10만 파운드를 뜯어낼 때, 그 10만 파운드의 수입은 ‘잡힌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던더 공작이 세습하는마을과 촌락은 ‘잡힌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저 가공할 작살잡이인 존 불에게 가엾은 아일랜드는 ‘잡힌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저사도 같은 전사인 브라더 조너선에게 텍사스는 ‘잡힌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모든 것에서 ‘소유는 곧 법의 전부‘가 아닌가?
그러나 ‘잡힌 고래‘의 원칙이 이렇게 널리 적용될 수 있다면, 그 상대적개념인 ‘놓친 고래‘는 적용 범위가 더 넓다. 그것은 국제적으로, 그리고 우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1492년에 콜럼버스가 왕과 왕비를 위해 소유권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에스파냐 국기를 아메리카에 꽂았을 때, 아메리카는 ‘놓친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었던가? 폴란드는 러시아 황제에게 무엇이었던가? 그리스는 터키에게 무엇이었던가? 인도는 영국에게 무엇이었던가? 결국 멕시코는 미국에게 무엇이 될까? 모두 ‘놓친 고래‘다.
인간의 권리와 세계의 자유는 ‘놓친 고래‘가 아니고 무엇인가? 모든 인간의 마음과 의견은 ‘놓친 고래‘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들이 가진 종교적 믿음의 원칙은 ‘놓친 고래‘가 아니고 무엇인가. 표절을 일삼는 사이비 미문가에게 철인의 사상은 ‘놓친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커다란 지구자체는 놓친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리고 독자들이여, 그대도 역시 놓친 고래‘이자 ‘잡힌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P48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