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내보트에 절대로 태우지 않겠다"고 스타벅은 말했다. 이 말은 가장 믿을 수있고 쓸모 있는 용기는 위험에 맞닥뜨렸을 때 그 위험을 정당하게 평가하는 데에서 나온다는 뜻일 뿐만 아니라,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은 겁쟁이보다 훨씬 위험한 동료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 그래. 저기 있는 스타벅만큼 조심스러운 사람은 이 포경업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거야." 이등항해사인 스터브가 말했다. 하지만 조심스럽다‘는 말이 스터브 같은 고래잡이, 아니 모든 고래잡이들의 입에서나올 때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오래지 않아 알게 될 것이다.
스타벅은 일부러 위험을 찾아다니는 십자군 전사는 아니었다. 그에게 용기는 감정이 아니라 다만 자기한테 유용한 것이었고, 실제로 꼭 필요한 경우에 언제든지 쓸 수 있도록 늘 가까이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이 포경업에서 용기란 쇠고기나 빵처럼 반드시 배에 갖추어야 하고 어리석게 낭비하면 안 되는 주요 품목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해가 진 뒤에 고래를 잡기 위해 보트를 내리거나. 너무 고집스럽게 저항하는 고래를 고집스럽게 공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 위험한 바다에 나온 것은 자신의 생계를 위해 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지, 고래의 생계를 위해 고래한테 죽으러 온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목숨을 잃은 사람이 수백 명이나 된다는 것도 스타벅은 잘 알고 있었다. 그 자신의 아버지는 어떻게 죽었는가? 바닥 모를 심해 어디에서 갈기갈기 찢긴 형의 팔다리를 찾을수 있을 것인가? 그에게 이런 기억이 있고, 게다가 좀 전에 말했듯이 미신을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스타벅이 여전히 용기를 발휘할 수 있었다면, 그의 용기는정말 대단했던 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정신 구조를 가지고 있고, 그렇게 끔찍한 경험과 기억을 가진 사람이 합리적인 상태에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 경험과 기억들은 그의 내면에 어떤 요소를 자라나게 했을 것이고, 이것은 잠재해 있다가 적당한 상황이 닥치면 껍질을 깨고 나와서 그의 용기를 모두 태워버렸을 것이다. 그는 용감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대담한 사람에게서 주로 볼 수 있는 용기였다. 그 용기는 일반적으로 바다나 바람이나 고래, 또는 세상에 흔히 있는 불합리한 공포와 맞닥뜨렸을 때는 꿋꿋이견뎌내지만, 더 정신적인, 그렇기 때문에 더욱 무시무시한 공포, 예컨대 어면 힘깨나 가진 사람이 격분하여 눈살을 찌푸리며 위협할 때의 공포는 견뎌내지 못한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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