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 이전에, 그리고 가스등과 기름등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해가질 때 우리 눈에서 이 온전한 햇빛의 흐름이 사라지고, 그것을 되속에 있는 24시간 시계(2장에서 말한시교차상핵)가 감지했다. 시교차상핵은 햇빛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서 밤이 되었음을 안다. 솔방울샘의 제동 장치를 풀 때 되었다고 판단한다. 그러면 엄청난 양의 멜라토닌이 왈칵 분비되면서, 뇌와 몸에 어둠이 찾아왔고 잠잘때가되었음을 알린다. 인류 전체는 어둠이 깔린 지 몇 시간 이내에 때맞추어 밀려드는 피곤함을 느끼고 곧 잠에 빠져든다.
전등은 이 자연적인 진행 과정을 끝장냈다. 그 뒤로 한밤중이라는 개념은 의미가 달라졌다. 밝기, 즉 럭스 lux가 적당한 수준이라고 해도, 저녁의 인공 불빛은 시교차상핵을 속여서 해가 아직 지지 않았다고 믿게 만들 것이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때 풀렸어야 할 멜라토닌을 억누르고 있던 제동장치는 전등의 강압 아래 뇌 속에서 여전히 강하게 눌린 채로 남아 있다.
현대 실내 세계를 비추는 인공조명은 정상일 때 저녁에 멜라토닌이 쇄도하면서 진행하라고 알리는 생물학적 시간의 전개를 중단시킨다. 현대 인류에게서 잠은 저녁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시간이 지연되어 있다. 본래는 수렵 채집인 부족에게서처럼, 오후 8~10시의 어느시점에 일어났을 것이다. 따라서 현대 사회의 인공조명은 밤이아직 낮이라고 믿도록 우리를 속이며, 생리학적 거짓말을 써서 그렇게한다. - P380

백열등이 교차상핵에 가장 나쁜 영향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1997년에 나온 새로운 발명품은 상황을 훨씬 더 악화시켰다. 청색광을 내는 다이오드, 즉 청색 LED다. 이 발명으로 수지 나카무라(中村이사무 아카사키(赤崎), 히로시 아마노浩)는 2014년노벨상을 받았다. 놀라운 성취였다. 청색 LED는 에너지 소비량이더 적고 조명 자체의 수명이 더 길다는 점에서 백열등보다 상당한 이점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우리 자신의 수명을 줄일수도 있다.
<낮>에 교차상핵과 의사소통을 하는 눈의 광수용체는 청색 스펙트럼에 속한 짧은 파장의 빛에 가장 민감하다. 청색 LED도 바로그 파장에서 가장 강하게 빛을 발한다. 그 결과 저녁의 청색 LED 조명은 밝기가 같은 기존 백열전구의 따뜻하고 노란빛보다 두 배나 더 야간 멜라토닌을 억제하는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물론 저녁마다 LED 전등의 불빛을 직접 바라보는 사람은 거의없다. 하지만 우리는 LED가 장착된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 화면을 매일, 때로 몇 시간씩 보며, 망막에서 겨우 30센티미터나 심지어 10센티미터 앞에 갖다 대고서 보기도 한다. 최근 미국인 성인1,500명 이상을 설문 조사했더니, 90퍼센트가 잠자러 가기 60분 이내까지도 휴대용 전자기기를 으레 사용한다고 답했다. 그런 행동은 우리의 멜라토닌 분비, 따라서 잠이 드는 능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 P382

알코올이 좀더 들어오면, 뇌의 다른 영역들에서도 진정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전전두엽 피질과 마찬가지로, 그 영역들도 명한상태에 빠진다. 기운이 없고 몽롱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이제 뇌는 진정 상태로 빠져든다. 정신을 차리려는 욕구와 능력이 점점 줄어들면서, 더욱 쉽게 의식을 잃을 수 있다. 나는 여기서 일부러<잠>이라는 용어를 피하는 중이다. 진정 상태는 잠이 아니기 때문이다. 알코올은 우리를 진정시켜서 각성 상태에서 빼내지만, 자연스러운잠을 유도하지는 않는다. 알코올이 빠뜨리는 전기 뇌파 상태는 자연적인 잠의 뇌파와 다르다. 마취 상태의 가벼운 형태와 비슷하다.
하지만 밤술이 잠에 미치는 효과야말로 최악이다. 알코올은 인위적인 진정 작용을 일으키는 차원을 넘어서, 추가로 두 가지 방식으로 잠을 엉망으로 만든다.
첫째, 알코올은 밤에 시시때때로 깨게 함으로써 잠을 조각낸다. 알코올에 취한 잠은 연속적이지 않으며, 그리하여 회복시키는 잠이아니다. 유감스럽게도 당사자는 밤에 이렇게 여러 번 깨곤 했다는사실을 거의 알아차리지 못한다.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날 피곤한 이유가 전날 마신 술 때문에 밤에 잠을 설쳤기 때문인데도, 둘을 연관짓지 못한다. 자기 자신과 남들에게서 어떤 일들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그 관계를 주목하기를.
둘째, 알코올은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강력한 렘수면 억제제 중 하나다. 몸이 알코올을 대사할 때 알데히드와 케톤이라는 화학 물질이 부산물로 나온다. 알데히드는 뇌의 렘수면 생성을 차단한다. 심장 정지의 대뇌판이라고 할 수 있다. 꿈잠을 일으키는 역할을 하는고동치는 뇌파를 차단한다. 오후나 저녁에 술을 적당량 마신다고 해도, 꿈잠은 사라진다. - P386

심부온도의 감소는 뇌 한가운데 시상하부 안에 들어 있는 열 감지세포 집단이 검출한다. 이 세포들은 뇌의 시교차상핵이라는 24시간시계 바로 옆에 있다. 거기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일단 저녁에 심부온도가 어떤 문턱값아래로 떨어지면, 열 감지 세포는 시교차상해으로 빠르게 신호를 보낸다. 거기에 빛이 자연적으로 약해지고 있다는 쪽지도 덧붙여서, 시교차상핵에게 멜라토닌을 분비할 때가 되었음을, 그리하여 잠을 잘 준비를 하라고 알린다. 따라서 우리의 야간 멜라토닌 농도는 해가 저물면서 깔리는 어스름만이 아니라, 해넘이와 함께 일어나는 기온 저하의 통제를 받는다. 환경의 빛과 온도는 개별적으로 야간 멜라토닌 농도를 정하고 잠을 자기에 이상적인 시각을 정하지만, 상승효과도 일으킨다.
우리 몸은 수동적으로 밤의 선선함이 잠을 불러오도록 허용하는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심부 온도를 조절하는 한가지 방법은 피부 표면을 이용하는 것이다. 체열 배출은 대부분 몸의 세 부분에서 이루어진다. 손, 발, 머리다. 이 세 부위에는 피부 바로 밑에 동정맥 연결 arteriovenous anastomosis이라는 서로 얽히고설킨 혈관들이 많이 퍼져 있다. 빨랫줄에 널린 옷처럼, 이 혈관들은 피부의 넓은 표면적에 걸쳐서 피를 퍼뜨려서 공기와 가까이 접촉하게 한다. 따라서 손, 발, 머리는 대단히 효율적인 방열기다. 잠들기 직전에는 이 부위들로 체열을 대량으로 배출하여 심부 온도를 떨어뜨린다. 따뜻한 손과 발은 심부를 식히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잠이 빨리 효율적으로 오도록 유도한다. - P391

여기서 신체 활동과 관련하여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잠자러 가기 직전에는 운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운동을 한 뒤에는 한두 시간쯤 체온이 높게 유지될 수 있다. 잠자러 가기 직전에 운동을 하면, 운동으로 증가한 대사율 때문에 심부온도가 잠들기 좋을 만큼 떨어지지않을 수 있다. 그러니 침실 전등(LED 전등은 결코 아니기를)을 끄기적어도 두세 시간 전까지는 운동을 끝내는 편이 좋다. - P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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