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악이라니 이게 다 무슨 소리냐, 응?" 나는 메스꺼운 속으로 대답했어. "바로 루트비히 판을 그렇게 사용하는 것 말이야. 아무에게도 해를 주지 않았다고, 베토벤은 음악을 작곡했을 뿐이란 말이야." 그리고 바로 그때 내가 진짜로 토하자 놈들은 콩팥처럼 생긴 그릇을 가져와야만했지. "음악이라고." 곰곰이 생각하면서 브로드스키 박사가 말했지. "그래 넌 음악에 관심이 깊군. 난 아무것도 몰라. 그것이 감정을 고양시키는 데 유용하다는 게 내가 아는 전부지, 좋아 좋아 어떻게 생각하나, 브래넘?" "피할 수 없는 일이지요." 브래넘이 대답했지.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죽입니다. 마치 그 시인 죄수가 말했듯이 말이죠. 이게 바로 처벌 효과일 것 같은데요. 교도소 소장은 당연히 만족해야 하죠." - P177
그때 두 손을 들어 녀석의 목 부근을 갈기려는 순간, 녀석이 바닥에 나뒹굴어 신음하고 있고 나는 탈옥하는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면서기쁨이 속에서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는데, 그런데 바로 그때, 맹세하건대, 마치 파도처럼 고통이 몰려왔고, 내가 진짜로 죽을지 모른다고 겁이 덜컥 나더군. 욱욱 신음을 하며 침대로 비틀거리며 다가가자, 흰 가운이 아닌 나이트가운을 입은 그놈은 내가 무슨 꿍꿍이속을 가지고 있는지 훤하게 알아차리고서 말했지. "자, 모든 게 교훈이 되지, 그렇지? 항상 배우는 거야, 그렇게 말할 수 있지. 덤벼 봐, 꼬마야, 침대에서 일어나 날 쳐 보라고. 그래, 진짜 한번 해 보라니까. 턱주가리를 세게 한 방 먹여보라고, 진짜로 해 달라니까." 그러나 여러분, 난 그냥 누워서 흑흑 울 수밖에 없었어. "쓰레기" 놈이 내뱉듯이 말했지. "더러운 놈." 그러더니 녀석은 잠옷 입은 내 멱살을 잡아 올리더라고. 난 아주 약해져서 힘이 다 빠져 있었던 거야. 놈은 오른쪽주먹을 들어서 내 얼굴에 한 방을 먹었지. "날 침대에서 불러낸 벌이야, 이 더러운 어린놈아." 놈은 손을 쓱쓱 비벼 대더니 나가 버렸어. 열쇠로 철컥철컥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렸지. 여러분, 나로서는 맞는 게 때리는 것보다 낫다는, 끔찍하고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떨쳐 버리기 위해서라도 잠을 자야만 했어. 녀석이 더 머물렀다면 난 아마 다른 뺨도 내밀었을지 모른다니까. - P186
"그만 됐어, 충분해." 그랬더니 그 끔찍한 놈이 절 비슷한 것을 하고 배우처럼 춤을 추며 사라졌지. 나는 조명 때문에 눈을 깜빡거리고 주둥이를 모아 울고 있었는데 말이야. 브로드스키 박사가 관중에게 말했지. "우리의 임상 대상은, 여러분도 보다시피, 강제적으로 착한 일을 하게끔 되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나쁜 일을 하도록 강요당해서 말입니다. 폭력적으로 행동하려는 의도에 동반해서 육체적 괴로움을 강하게 느끼게 됩니다. 이 고통을 물리치기 위해서 임상 대상은 극적으로 정반대되는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입니다. 질문 있습니까?" "선택은 말이오." 어떤 굵은 목소리가 울려 나왔지. 난 그게 신부 놈의 목소리란 것을 알았어. "저 애에게는 진정한 선택의여지가 없어요, 그렇지 않나요? 자기 이익, 육체적 고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을 모독하는 괴이한 행동을 하게 된 거죠. 그게 진심에서 한 행동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어요. 쟤는 더 이상 나쁜 짓을 하지 않겠지요. 그러나 또한 더 이상은 도덕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신의 피조물도 아닌 겁니다." "그건 아주 사소한 부분이에요." 브로드스키 박사가 웃으며말했지. "우리는 동기라든가 고차원적인 윤리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는 범죄를 줄이는 것에만 관심이 있지요......." 옷을 멋지게 차려입은 장관이 끼어들더군. "그리고 교도소의 엄청난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서지요." - P192
"쉬게나 쉬어, 가엾은 청년." 녀석이 수도꼭지를 틀어 물이쏟아져 나왔지. 자네는 내 생각에도, 죄를 저질렀어. 그렇지만 그에 대한 처벌이 너무 심했어. 저들은 자네를 인간이 아닌 다른 어떤 것으로 만들었어. 자네에겐 선택할 권리가 더 이상없는 거지. 자네는 사회가 용납하는 행동만 하게 되었어. 착한일만 할 수 있는 작은 기계지. 이제 똑똑히 알겠구나, 조건 반사 기법이라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음악이나 성적인 행동, 문학과 예술, 이 모든 것들이 지금은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을 주는 근원인 게 분명해." "예, 맞아요." 이 친절한 사람이 준 필터 담배를 피우면서 내가 대답했지. "저들은 항상 도가 지나치게 일을 벌이지." 남자는 마른 행주로 접시를 닦으면서 멍청히 말하더군. "그러나 저들의 본질적인 동기는 죄 그 자체야. 선택할 수 없는 인간은 인간이 아닌 거야."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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