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여러분, 음악이 흘러나왔어. 아, 축복, 축복, 천국! 나는 천장을 향해 벌거벗고 누웠지. 베개 위에 올린 팔에 대갈통을 괴고 눈깔은 감고 천상의 기쁨에 젖어 주둥이를 벌린 채 아름다운 음악의 흐름을 들으면서, 아, 그것은 아름다움과 화려함의 화신이었지. 트롬본은 침대 밑에서 황동색의 음을 울려 대고, 대갈통 뒤에서는 세 개의 트럼펫이 은색으로 불타올랐고, 문가에서는 팀파니가 내 속을 흔드는 듯 달콤한 천둥소리를 내고 있었지. 아, 경이로움의 절정이었어! 그리고 그때 희귀한 천국의 금속으로 빚은 새처럼, 아니면 완전한 무중력 상태의 우주선 안에서 흐르는 포도주처럼, 바이올린 독주가 다른 현악기들의 선율 위로 들렸지. 현악기 소리가 비단으로 만든 새장처럼 내 침대를 둘러싸더군. 그러고는 플루트와 오보에가 백금으로 만들어진 벌레처럼 아주 두껍고 달콤한 금과 은의 음악을 파고들었지. 난 그런 축복 속에 있었던 거야, 여러분. 옆방의 아빠와 엄마는 자신들이 소음이라고 부르는 것때문에 벽을 두드리거나 불평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옛적에 배웠지. 내가 교육시켰거든. 그래서 엄마, 아빠는 수면제를 먹곤 했어. 그날도 아마 내가 밤 음악을 즐길 것을 알고 이미 수면제를 먹었는지도 몰라. 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눈깔을 꼭 감고 낙원 속을 거닐었어. 그 낙원은 마약을 먹으면 나타나는 하나님 또는 신보다 훨씬 멋졌지.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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