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젊은것들이 열 살에서 스물세 살로 건너뛰거나, 아니면 그 세월 내내 잠만 자면 좋겠어. 왜냐하면 그 세월 내내 하는 일이라곤 계집애들을 임신시키거나, 노인들에게 행패를 부리거나, 도둑질에 싸움질이니까. ·윌리엄 셰익스피어, 「겨울 이야기 3막 3장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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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떻게 할까, 응?" 나, 그러니까 알렉스는 동무들 셋, 즉 피트, 조지, 그리고 딤(이름처럼 정말 멍청한 딤)과 함께 코로바 밀크 바에 앉아서 맑았지만 더럽게 추운 깜깜한 그날 저녁에 무얼 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었어. 코로바 밀크 바는 뭔가를 섞은 우유를 파는 데였는데, 여러분들은 아마 이런 데가 어떤 곳이었는지를 잊어버렸을지도 모르겠군." 요즘에는 모든 게 잽싸게 바뀌고, 뭐든 쉽게 잊히는가 하면, 신문 또한 별로 읽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거기에선 우유에다 뭔가 다른 걸 섞어 팔았어. 게네들한테 는 술을 팔 수 있는 영업 허가가 없었지만, 그때만 해도 그놈의 우유에다 집어넣던 새로운 약들을 단속할 법이 없었어. 그래서 사람들은 우유에다 벨로쳇이나 신세메시, 드렌크롬)을섞거나 이 중에서 하나나 둘을 골라 한꺼번에 타서 마실 수있었는데, 이 약들은 사람들의 온 꼴통 속에 빛이 번쩍거리게하고 왼쪽 신발 속에서 하나님과 성스러운 천사와 성자를 보는 정말 기분 째지는 15분을 가지게 해 주었지. 또는 우유에다. 우리끼리 쓰는 말로, ‘칼‘을 섞어 마실 수도 있었는데, 이게 우리를 흥분시켜서 익숙한 깡패 짓거리를 벌일 기분이 나게 만들었지. 이 이야기가 시작되는 저녁에 우리가 마신 게 바로 이거야. - P37
"책이군. 당신이 쓰고 있는 책이로군." 나는 거칠고 지긋한목소리를 내며 말했어. "나는 책이란 걸 쓸 수 있는 작자들을항상 존경해 왔지." 맨 첫 장을 보았더니 제목이 있더군. ‘시계태엽 오렌지‘라고. 그걸 보고 내가 말했지. "거참 멍청한 제목이로군. 도대체 누가 태엽 달린 오렌지에 대해 들어 보기라도 했을까?" 그리고 나는 그 일부분을 설교하듯 위엄 찬 목소리로 소리 내어 읽었지. "인간, 즉 성장하고 다정할 수 있는 피조물에게 기계나 만드는 것에 적합한 법들과 조건들을 강요하려는 시도에 대항하여 나는 나의 칼, 펜을 든다." 이 말을 듣자 딤 녀석은 푸르르 야유를 했고 나 또한 웃어야만 했지. 나는 그 책을 찢어 뜯어낸 것을 마루에 던져 버리기 시작했는데, 그러자 이 작가란 놈이 좀 미쳐서는 이를 악물고 누런 이빨을 보이면서 날 할퀴려는 듯 손톱을 세운 채 노려보더군. 이제 딤이 나설 차례가 되었지. 담이 비웃으면서 놈의 떨고 있는 주둥이에 처음에는 왼쪽, 다음엔 오른쪽으로 퍽퍽 주먹질을 하자, 우리의 오랜 동무인 피, 붉은 포도주 같은 피가 놈의 주둥이와 이곳저곳에서도 철철 흘러나와 마치 커다란 포도주 회사에서 만들어 내는 것 같더군. 놈의 피가 아주 깨끗한 양탄자에 튀었고, 그때까지 내가 쫙쫙 찢고 있던 책에도 묻었지. 그동안 그의 사랑스럽고 정숙한 아내는 벽난로 옆에 얼어 버린듯 서 있다가 아주 작은 소리로 울기 시작했는데, 마치 딤의 주먹질에 박자를 맞추는 것 같았어. 그때 조지와 피트가 뭔가를 씹으며 부엌에서 돌아오더군. 가면은 썼지만 아무 문제 없이 뭘 씹어 먹을 수 있었지. 조지는 한 손짝에 뭔가의 다리 냉동육을, 다른 손짝에는 버터를 잔뜩 바른 빵 반 덩이를 들고있었어. 피트는 거품이 넘치는 병맥주 한 병과 주먹만 한 자두케이크를 가지고 있더군. 놈들은 딤 녀석이 날뛰면서 작가 놈을 주먹으로 패는 광경을 계속 하하 웃으며 구경했고, 작가 놈은 자기가 일생 동안 만든 작품이 끝장이라도 난 듯 울기 시작했는데, 피투성이가 된 입에서 흑흑 소리가 나왔지. 그러나 사실 그 울음소리는 조지와 피트가 입에 먹을 것을 잔뜩 채운 채로 하하 웃는 소리였는데, 놈들이 먹는게 훤히 보일 정도였어. 나는 그게 싫었지, 더럽고 지저분했으니까. 그래서 내가 소리쳤어.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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