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여기서 참 얄궂은것은 돈이 없는 사람일수록 건강에 좋은 음식에는 돈을 쓰고 싶은마음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백만장자라면 아침 식사로 오렌지주스와 리비타 Ryvita 비스킷을 즐길 수 있을 테지만, 실업자는 그렇지가않다. 앞장 끄트머리에서 언급한 경향이 여기서도 적용된다. 말하자면 실업자가 되어 못 먹고 시달리고 따분하고 비참한 신세가 되면, 몸에 좋은 음식은 심심해서 먹기가 싫은 것이다. 그보다는 먹는 ‘재미‘가 있는 게 좋으며, 그럴 때 유혹하는 싸고 그럴싸한 먹을거리는 언제든 있게 마련이다. 3페니 주고 푸짐한 감자튀김을 사먹자! 나가서 2페니 주고 아이스크림을 사먹자! 주전자 물 올리고, 모두 차 한 잔 근사하게 하자! 실업수당을 받는 형편이 되면 사람 마음이 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흰 빵에 마가린에 설탕친 차는 영양에 별 도움이 되지 않으나, 누런 통밀 빵에 비계에 찬물보다는 ‘근사한 것이다(적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 P129

그런 흉한 광경들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면, 두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첫째, 꼭 그래야만 하는가? 둘째, 그게 무슨 대순가?
나는 산업화 자체가 본질적이고 불가피하게 흉측한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공장이(심지어 가스공장도) 본래부터 흉해야만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궁전이나 개집이나 성당이 꼭 그래야만하는 게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모든 건 시대의 건축 관행에 달려있다. 북부의 산업 도시들이 흉한 것은 오늘의 철강 건축법과 매연처리술이 알려지지 않은 시절에, 그리고 모두가 돈 벌기만 바빠 다른 생각을 전혀 못하던 시절에 세워진 탓이다. 나아가 이 도시들이계속해서 추한 것은 북부인들이 그런 풍경에 익숙해져 더 이상 추한 줄도 모르게 된 탓이다. 셰필드나 맨체스터의 주민 가운데 상당수는 콘월 지역의 바닷가 공기를 맡으면 아마 냄새가 싱겁다고 할것이다. 그러나 전쟁 이후 산업은 남부 쪽으로 옮겨가는 경향이 있고, 그러면서 제법 멋까지 갖추게 되었다. 전후의 전형적인 공장은삭막한 막사도, 시커먼 건물과 매연 토해내는 굴뚝이 엉망으로 널려 있는 곳도 아니다. 콘크리트와 유리와 철골로 만든 반짝반짝하고 하얀 구조물을 푸른 잔디와 튤립 화단이 둘러싸고 있는 곳이다. 그레이트웨스턴 철도를 타고 런던에서 서부로 갈 때 눈에 띄는 공장들을 보라. 미의 극치라고는 못 해도 셰필드의 가스공장들처럼 흉하지 않은 건 분명하다. 그런데 산업화의 흉측함이 워낙 두드러지고 처음 보는 사람이면 누구나 혀를 차는 것이라 해도, 나는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제일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또한 지금의 산업화라는 게 다른 무엇이기도 하다는 양 위장할 줄 알게 되는 것.
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일 것이다. 올더스 헉슬리 씨가 정확히 지적한 바와 같이, "악마의 시커먼 공장 dark Satanic mill" 은 악마의 시커먼 공장 같아야지 신비로운 사원이나 찬란한 신神 같아서는 안 된다. - P145

 아마도 상류 중산층의 중요한 특징 하나는 그 전통이 돈벌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으며, 주로군대나 공직이나 전문직과 관련이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 계급 사•람들은 땅을 소유하지 않아도 하느님 보시기엔 지주라는 생각을스스로 하여, 장사보다는 전문직이나 군복무에 종사함으로써 준귀족적인 관련을 잃지 않으려 했다. 어린 소년들은 자기 접시에 남은 자두 씨 개수를 헤아리는 동시에 "육군, 해군, 교회, 의술, 법"을 차례로 읊으며 자기 운명을 점치곤 했다. 그중에서도 ‘의술은 다른 것들에 비해 다소 열등한 취급을 받았으나 균형을 고려하여 포함된 직업이었다. 연 소득이 400파운드 수준이면서 이 계급에 속한다는 건 참으로 피곤한 노릇이었다. 그럴 때 상류층에 속한다는것은 순전히 이론적인 사실에 가까웠다. 말하자면 두 가지 차원을 동시에 살아야 했던 것이다. 이를테면 이론상으로는 하인들에 대해 전부 알고 그들에게 팁 주는 요령까지 다 알았지만, 실제로는 집에 함께 거주하는 하인이 기껏해야 한둘이었다. 이론상으로는 정장 입는 법과 정찬 주문하는 법을 알았지만, 실제로는 번듯한 양복점이나 번듯한 음식점에 갈 형편이 도무지 아니었다. 이론상으로는 사냥하고 승마하는 법을 알았지만, 실제로는 말도 없고 사냥할 땅 한 뼘도 없었던 것이다. 이런 사정을 알아야 하급 상류 중산층이 인도에 (더 최근엔 케냐나 나이지리아 등에) 매력을 느낀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군인이나 공직자로 그곳에 간 사람들은 돈벌이를 하러 간 게 아니었다. 돈은 군인이나 공직자가 버는 게 아니었다. 그들이 거기까지 간 것은 예컨대 인도에 가면 말도 싸고 사냥도 공짜로 하고 얼굴 까만 하인들도 얼마든지 둘 수 있어 특권층 노릇을하기가 아주 쉽기 때문이었다. - P166

그게 우리가 듣고 자란 말이다. "아랫것들은 냄새가 나"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넘을 수 없는 장벽과 마주친다. 어떤 호감도 혐오감도 ‘몸‘으로 느끼는 것만큼 근본적일 수는 없다. 인종적 혐오, 종교적 적개심, 교육이나 기질이나 지성의 차이, 심지어 도덕률의 차이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신체적인 반감은 극복 불능이다. 살인자나 남색자男色者에겐 호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입냄새가 지독한(상습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사람에겐 호감을 가질 수가없다. 어떤 사람에게 아무리 호의를 품는다 해도, 아무리 그의 정신과 성품을 존경한다 해도, 입 냄새가 고약하면 그는 끔찍한 대상이 되며 당신은 마음속 깊이 그를 혐오하게 된다. 평균적인 중산층사람이 노동 계급은 무식하고, 게으르고, 술꾼이고, 상스럽고, 거짓말쟁이라 믿도록 교육받고 자란다 해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더러운 존재라 믿도록 교육받는다면 대단히 해로운일이다. 그리고 내 어린 시절, 바로 우리가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랐던 것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노동 계급 사람의 신체에는 묘하게 역겨운 데가 있다는 믿음을 습득하게 되는데, 그러고 나면 자기도모르게 그런 사람 가까이 다가가기가 어려워진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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