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 글쓰기는 샐린저를 모방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어서는 레이먼드 카버를 읽으며 그가 묘사한 일상생활의 붕괴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지금보다 훨씬 감상적이었기 때문인지 쓸쓸한 리처드 예이츠의 작품도 좋았다. 트루먼 커포티의 작품도 읽었다. 내게는 자전적인 어린 시절 이야기들이 [티파니에서 아침을]보다 훨씬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그때는 미국 현실주의작가들이 그려낸 일상과 감정이 가슴에 와닿았다. 상품화된 사회와 소비주의 등이 세계를 정복하면서 인간의 삶이 동질화되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문학작품을 많이 읽을수록 현실에서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들었다. 일이든 사업이든 감정이든 내 삶에는 좌절과 고통이 가득했다. 나는 내가 적응하기 힘든 세상에서 인정받으려 애쓰다가 끊임없이 실망하고 실패했다. 물론 실패를 외부 환경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었다. 나도 남들한테 인정받으려 그렇게 애쓸 필요가 없었다. 글쓰기처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했다. 그 시간 동안 내 정신세계는 현실 세계가 척박해지는 만큼 풍요로워졌다. - P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