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우리는 많은 실수를 했고 많은 일을 그르쳤지만 그런 시간을 통해 나는 세상, 최소한 이 사회에 대해각성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예전에 읽어보지 못했고 원래라면 절대 읽을리없는 책들을 읽었고 나를 변화시킨 개념과 주장을 접할 수 있었다. 그런 경험 덕분에 적당히 맞춰 살면 된다고 생각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무엇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삶의 여러 가치와의미를 새롭게 살펴볼 수 있었다. 물론 변화는 한순간에 일어나지 않았고 그때 바로 완성되지도 않았다. 씨앗만 뿌려졌다가 이후 오랜 시간 천천히, 그렇지만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 지금까지도 내게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렇기에 앞에서 이야기한 일들은 어느 하나를 빼더라도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 데 별 영향을 주지않았다고 할 수 있지만 베이징에서 겪은 일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었을 것이다. 환골탈태는 과장일수 있겠지만, 적어도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내가 만들어지는 하나의 출발점이 되었음은 확실하다.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과의 차이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 개성을 소중히 여긴다. 여전히 나는 모르는 게 많고 겁이 많지만 그 덕분에 의지와 신념이 생겼다. 이후로는 일을 하든 글을 쓰든 나만의 정신세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 P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