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지식인의 규정부터 해야 한다. 지식인이라는 것은 인류의 문제를 자기의 문제처럼 생각하고, 인류의 고민을 자기의 고민처럼 고민하는 사람이다. 우선 일본만 보더라도 이런 지식인들이 많이 있는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 지식인이 없지는 않은데 그 존재가 지극히 미약하다. 지식인의 존재가 미약하다는 것은 그들의 발언이 민중의 귀에 닿지 않는다는 말이다. 닿는다 해도 기껏 모깃소리 정도로 들릴까 말까 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지식인의 소리가 모깃소리만큼밖에 안 들리는 사회란 여론의 지도자가 없는 사회이며, 따라서 진정한 여론이 성립될 수 없는 사회다. 즉 여론이 없는 사회다. 혹은 왜곡된 여론만이 있는 사회다. 우리나라의 소위 4대 신문의 사설이란 것이 이런 왜곡된 가짜 여론을 매일 조석으로 제조해 내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씌어지고 있다. 이것을 진정한 여론이라고, 민주주의 사회의 여론이라고 생각하는 지식인들이 더도 말고 우리나라의 문학하는 사람들 중에서만도 허다하게 있는 것을 알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내가 말하는 지식인이 아닌 것은 물론이다. 우리나라는 문학하는 사람들 중에 지식인이 가물에 콩 나기만큼 있기 때문에 문학가가 아직도 사회적인 멸시를 받고, 그나마 여론을 조성하는 자리에서는 대학교수보다도 볼품이 없고, 우리의 시와 소설은 아직껏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 P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