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말이 다 사실이라 치자. 그래도 난 이해를 못하겠네. 과학이 왜 인간한테 그런 짓을 해?"
"과학은 후진이 불가능해. 그저 도착하기로 예정된 곳에 도착한 것뿐이야."
그러니까 롤라는 인간이 결국 도착하고야 말 숙명이자 특이점이라는 얘긴가. 나는 혼잣말처럼 물었다.
"근데 거길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단 말이지?"
"생명체는 유한하고 인간은 영원히 살고 싶으니까."
"그걸 산다고 해도 되는 건가?"
"그건 철학의 영역에 속한 문제겠지. 과학의 입장에선 롤라 자체가 하나의 우주고."
제이에게는 모든 질문에 대한 모든 답변이 준비돼 있었다. 내 입장에선 하나 같이 마음에 안 드는 답변이었다. 오지게 잘난 척은 하는데 알맹이 없는 맹탕 같았다. 나는 물었다.
"그래서 네 입장은 뭔데?"
" 난 철학자도 과학자도 아냐. 게임개발자로서 내게 맡겨진 일을 했을 뿐이지."
"그러니까 네가 뭘 했다는 거냐고?"
"아까 말했잖아 극장을 만들었다고. 인간은 놀이 동물이야. 놀이를통해 삶을 배우고, 순전히 놀기 위해 놀이를 하고, 죽을 때까지 놀이에 몰두하는 철딱서니 없는 종. 그중에서도 가장 고유한 놀이가 아마 서사 놀이일 거야. 영화, 드라마, 뮤지컬, 연극, 문학•••••• 난 그 콘텐츠들을 만드는 데 참여한 거야. 롤라에 도착할 첫 인간 개체들을 위해서."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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