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프는 2019년에 육상연맹이 세메냐의 출전을 제한하는 결정을 내린 직후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나는 한때 캐스터 세메냐에게 진 것을 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잘못된 결정이다"라는 글의 제목이 그의 입장을 한눈에 보여주지만 그의 글은 전문을 한 번 읽어볼 만하다.‘ 그는 2009년 대회에서 세메냐가 같은 800미터에 출전한 다른 선수들보다 무려 2초나 빨리 달리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육상연맹이 세메냐의 생물학적 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보면서 세메냐가 여자 경기에서 뛰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게다가 자신의 주위에서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고 모두가 한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믿었다.
하지만 페이프는 미국으로 건너가 처음으로 이 주제에 관한 많은 자료를 접하게 되면서 생각을 바꾸게 된다. 페이프가 미국에서 접하게 된 설명은 이랬다. "자연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여성들을 경기에서 배제하면 안 되는 과학적이고 윤리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생물학적 성과 경기 능력은 단순히 테스토스테론의 측정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둘 다 너무 복잡한 문제다. 게다가 이를 규제하려는 노력은 항상 (성별) 테스트의 대상으로지목된 여성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혀왔다." 그는 이 주제를 연구하면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여성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과 친구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자기가 다른 모든 상황에서 만났을 때 여성으로 생각하던 이들을 단지 육상 트랙에서만 여성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게 되었다. 그 질문에 대한 자기의 답은 ‘그럴 수 없다‘였다. 그런 결론을내린 페이프는 이 주제를 학문적으로만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을 위해 각종 증언대에 서기도 하고 언론 인터뷰에도 적극적으로 임한다. - P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