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진하게 화장을 한, 장미꽃 색깔의 니트 드레스를 입은 중년여인이 계단을 밟고 기차에 올라타는 것을 봤다. 그녀 뒤로 여름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입은 채 핸드백을 움켜쥔 아가씨가 올라왔다. 그다음에 기차에 오른 사람은 노인으로 아주 천천히. 나름대로 위엄을 갖춰움직이고 있었다. 노인은 백발이었고 하얀 실크 크라바트를 매고 있었지만, 신발이 없었다. 승객들은 당연히 이 세 사람이 동행이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이 밤에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일이 행복한 일은 아니었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승객들은 살아오는 동안 그보다 더 희한한 일들도 봐왔다. 그들도 잘 알다시피 세상은 별의별 종류의 일들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이 일은 예상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런 까닭으로 이 세 사람이 통로를 걸어자기 자리를 잡는 동안 여인과 백발노인은 서로 나란히 앉았고, 핸드백을 든 아가씨는 몇 자리 뒤쪽에 앉았다. 그들은 더이상 다른 생각으로 이어가지 않았다. 대신에 승객들은 역을 바라보며 그 역에 기차가 서기 전에 저마다 빠져들었던 생각, 그러니까 저마다의 문제들로 돌아갔다. 차장은 철로를 살펴봤다. 그리고 그는 기차가 온 방향을 훑어봤다. 그는 팔을 들어 손전등으로 기관사에게 신호를 보냈다. 기관사는 그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눈금판을 돌리고 레버를 내렸다. 기차는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천천히 움직였으나, 곧 속력을내기 시작했다. 기차는 환한 객차 불빛을 노반에 흩뿌리며, 다시 어두운 시골 동네를 빠르게 통과할 수 있을 때까지 점점 더 빨리 움직이기시작했다. - P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