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살아가면서 독창적인 레시피를 아주 많이 만들고 싶다. 그중에서 괜찮은 것은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 좋아하는 상대든 거북한 상대든, 만난 적 없는 상대는 상관없다. 그 사람도 리카의 레시피를 응용해서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겠지. 자신이 느낀 마음의 흐름이나 기쁨을 누군가가 경험해준다면, 그것만으로 리카의 가슴은 뛸 것이다. 그렇게 해서 자신이 고안한 이름 없는 무언가가 색과 형태를 바꾸면서 세상에 파문처럼 번지면 좋겠다. 수프에 마지막으로 넣는 한 방울의 숨은 맛처럼, 그런 연쇄 작용을 마음 한편으로 희미하게 느끼면서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금 가지이를 만나고 싶다. 만나서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이세상은 살아갈, 아니, 탐욕스럽게 맛볼 가치가 있어요, 라고.
구석구석 세심하게 신경써서, 음식으로 탈난 사람도 없이 끝까지 해냈다는, 지금까지 느낀 적 없는 성취감으로 몸이 기분좋게 가라앉았다. 이것으로 지난 나흘간의 수고를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리카는 자기 냄새가 밴 여름용 이불을 코 아래까지 끌어올렸다. 몇 개의 벽을 사이에 두고, 천천히 재생해가는 부녀의 기척을 느끼면서.
전부 다 먹어치워서 이제는 뼈만 남았다.
리카는 눈을 감고 냉장고 안의 그 멋진 적갈색 뼈, 그리고 내일 아침에 할 요리 순서를 떠올리면서, 오랜만에 속이 꽉 찬 잠에 빠져들었다. - P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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