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살지 않는 건 폭력이라고 생각해요."
어느새 시노이 씨는 탁자로 돌아가서 관심없다는 듯이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리카는 계속했다.
"자신을 소홀히 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분노를 퍼붓는 행위라고 생각해서 나 자신....."
말할 수 없다. 지금은 절대 말할 수 없다. 스펀지에서 나오는 무수한 거품에서 시선을 들지 않기로 했다. 어쩌면 무의식중에 조그맣게 상처를 입혔을지도 모른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아서 엄마를, 미즈시마 씨를, 레이코를, 마코토를 아버지가 그 무렵 스스로에게 계속 그랬듯이 자신을 소홀히 함으로써 그는 주위 사람들을 몰아세웠다.
아버지가 미타카에서 살던 집과 이곳의 청결도는 전혀 다르지만, 분위기는 매우 비슷하다. 폐허화한 가정이다. 싫지는 않지만, 이곳에 그리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 조금만 더 있으면 열다섯 살때의 자신이 떠오를 것 같다. 시노이 씨는 아까와는 다른 사람 같은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변에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남자여도 제대로 살아가야 하나. 꽤 냉철한 의견이군." - P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