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욕망을 일으키는 것은 굉장히 즐겁다. 상대가 남자건, 여자건.
버터가 녹듯이 상대의 눈이 빛나며 드러나는 달콤한 굶주림이 눈에 보인다. 자신의 힘을 동원하여 누군가를 열광하게 하는 것은 나쁜 일, 비열한 일, 더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누구에게 그런 식으로 느꼈더라…… 무의식중에 상관하고 싶지 않은 상대의 욕망을 깨웠음을 알았을 때는 소름이 끼치고, 자기혐오에 빠진다. 하지만 자기가 점찍어서 작업한 상대가 욕망한 것이라면, 조금도 리카의 존재를 깎아내린 것이 아니다. 줄곧 눌러두었던 순수한 감정이 피부로 배어나는 걸 느꼈다. 이거. 멈출 수 있을까. 불안해진다.
"메리 크리스마스 마치다 씨."
사바랭 savarin 시럽 같은 가지이 마나코의 목소리는 녹진하게 울려 퍼져, 면회실의 차갑고 단단한 벽에 천천히 스며들었다. - P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