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포기한 타락한 모습에 멀어져간 측근, 찬양하다 돌아선 언론, 무엇보다 자신을 버린 아내와 새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을 향한 저주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비참한 내 모습을 잘봐둬, 너희들 탓이니까…… 말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누군가손을 내밀 때까지 소란을 피운다. 요지부동 자신의 생활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고집. 가족이 소중하다면서도 세간에 처자식이 자신을 버렸다는 인식을 심으려 한다. 마음을 고쳐먹고 자기 힘으로인생을 만회하려 한다면, 그는 이제 목숨쯤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가지이 마나코에게 살해당했다는 남자들에게도 많건 적건 그런 냄새가 나지 않았는가. 피해자가 생전에 한 말, 그리고 그들 주위에 있던 사람의 증언이 하나둘 떠오른다.
이대로 혼자 나이를 먹는 게 두렵다. 생활이 점점 피폐해진다. 누구든 좋으니 밥을 차려주고, 돌봐줄 여자가 필요했다. 수상하다고는 생각한다. 속고 있을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한다. 가족들은 그런여자와 헤어지라고 들볶는다. 그래도 상관없다. 가족과 절연하더라도 그녀를 선택하겠다.
그 여자는 외로운 생활을 보내는 피해자의 마음속 빈틈을 파고들었어요. 남자는 모자란 생물이지 않습니까? 여자의 보살핌과 따스함 없이는 생활해나갈 수 없잖아요?
요리 잘하는 착한 여성이 있다면, 남성이라면 누구라도 끌리지않겠어요? 남자를 잡으려면 먼저 위부터 잡으라고 하잖아요.
이 사건은 어디를 잘라도 그 단면에 고독한 남성의 지나친 자기 연민과 여성을 향한 증오가 배어 있다. 피해자를 탓하는 사고방식일까. ‘자기책임론‘이 제일 싫은데. - P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