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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이 아야세 역을 벗어났을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반쯤 얼어붙은 빗줄기였다. 어쩐지 아침부터 무릎이 욱신거린다 싶었다.
혼마 슌스케는 맨 앞 차량의 가운데 출입문 옆에서 오른손으로는 손잡이를 붙잡고, 왼손으로는 긴 우산을 짚고 서 있었다. 뾰족한 우산 끝을 바닥에 디디고 지팡이 삼아 서 있는 셈이다. 그런 자세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평일 오후 세시, 조반 선 전철 안은 한가했다. 마음만 있다면 앉을 자리도 많다. 교복 차림의 여고생 두 명과 큼지막한 핸드백을 끌어안고조는 중년 여자, 앞쪽 운전석 근처 문가에서 이어폰을 꽂고 음악에 맞춰 리드미컬하게 몸을 흔드는 젊은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세세한 표정까지 보일 정도로 승객은 몇 되지 않았다. 굳이 무리하면서까지 서있을 필요는 없었다. - P7
그러나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마음에 걸린 이상 확인해두는 게 좋다.
그런 습관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본능처럼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혼마는 어젯밤 가즈야가 쇼코의 사진을 들고 오지 않은 것을 두고 어수룩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이마이 사무기기에서 그녀의 이력서를 복사해달라고 부탁했다. 사진이, 그녀의 얼굴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한 가지만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혼마는 쇼코의 이력서를 꺼내 변호사에게 내밀었다.
"이 사진 속 사람이 세키네 쇼코 씨 맞죠?"
미조구치 변호사가 이력서를 내려다보았다. 혼마가 열까지 헤아릴동안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 시간의 길이에,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맞았음을 실감했다.
설마.
단기간에,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아닙니다."
변호사는 천천히 고개를 흔들고, 그것이 순식간에 더러운 것으로 변하기라도 한 것처럼 이력서를 혼마 쪽으로 밀쳐내며 말했다.
"이 여자는 내가 아는 세키네 쇼코 씨가 아닙니다. 만난 적도 없어요.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이 여자는 세키네 쇼코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입니다. 당신은 다른 사람 얘기를 했어요." - P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