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변할까? 점점 더 나빠지구 있잖아."
"살았으니까 꿈틀거려보는 거지. 그러다보면 아주 쬐끔씩 달라지긴 하겠지."
이진오는 텐트 자락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래두 오늘 살아 있으니 할 건 해야지."
이전에는 여러 사람이 전염병에라도 걸린 듯 스스로의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질렀다. 그러나 이제 그들을 무너뜨리는 것은 분노가 아니라 절망이었고, 그것은 일상이라는 무섭고 위대한 적에 의해서 조금씩 갉아먹힌 결과였다. 집회에서 헤어지면 그들은 모두 혼자가 되었다.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도 그들 각자가 혼자가 되었다. 세계란 원래가 우주처럼 무심하다. 괴괴하고 적막하고 고요하다. 무료하고 가치 없는 일상이 그들 모두를 무너뜨렸다. 해고는 살인이다. - P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