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엑스터시에 관한 임상약학 자료를 읽으면 속이 뒤집힌다. 그런 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실 자체에 간담이 서늘해진다. 엑스터시는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100에서 150밀리그램 정도만 복용해도 원숭이와 기타 포유동물의 뇌의 세로토닌 축색돌기 [신경세포에서 나온 긴 돌기로 다른 세포들에 연결되는 부분]에 손상을 입히며, 인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강력한 증거가 나와 있다.02 엑스터시는 세로토닌과 도파민을 폭발적으로 분비시켜 이 신경전달물질들이 저장되는 신경세포들을 손상시킨다. 더욱이 추가로 세로토닌을합성하는 것조차 방해한다. 따라서 엑스터시 상용자들은 세로토닌수치가 낮으며, 심한 경우 정상인보다 35퍼센트나 낮은 이들도 있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단 한 번 복용으로 영구적인 정신 질환이 유발된 사례들이(즉시 그렇게 된 경우도 있고, 몇 년 후 그런 증세가나타난 경우도 있지만) 적지 않다고 한다. 우울증 환자는 세로토닌수치를 더 낮추어서는 안 될 처지이므로 이런 약물은 피해야 한다. 컬럼비아대학교 데이비드 맥다윌은 엑스터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약물을 장기간에 걸쳐 다량 복용하면 행복을 느끼는 능력이 소실될 수 있으며, 이 약물은 코카인이 단기간에 나타내는 부작용을 장기적으로 유발할 수 있습니다. 1학년은 이것을 사랑하고, 2학년은 좋아하고, 3학년은 이것 때문에 걱정하고, 4학년은 이것을 두려워하죠. 알코올은 절친한 친구가 될 수 있지만 엑스터시는 그렇지 않아요. 내가 진정 두려워하는 점은 20년씩 엑스터시를 다량 복용해 온 많은 이들이 자신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여기지만 쉰 살쯤되면 갑자기 무너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울증 환자가 엑스터시를 사용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해요. ‘앞으로 20년 안에 세 가지 약에 의존하고 싶은가요. 아니면 열 가지 약에 의존하고 싶은가요?" - P381

나는 이제 자낙스를 상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쓸 수있도록 해 준 이펙서, 웰부트린, 부스파, 자이프렉사에는 중독되어있을까? 그것들에 의존하고 있을까? 그리고 이 모든 약들이 계속합법적인 약품들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헤로인은 원래 베이어 사(社)에서 기침약으로 개발되었고, 엑스터시는 1차 세계대전 이전에 독일의 약학자들이 특허를 신청한 약이다. 이렇듯 합법적인 약품들이 남용과 뒷거래의 세계로 밀려난다. 현재 우리 사회는 본질적으로 기능을 손상시키지 않는 약이라면 승인하는 분위기다. 나는가장 최근에 겪었던 우울증과의 싸움에서 자이프렉사가 발휘한 효과에 대해 생각해 본다. 자이프렉사는 내 뇌 속에서 어떤 작용을 하고 있을까? 자이프렉사를 끊은 결과 심각한 금단현상을 겪었으니 나는 그 약에 의존하고 있었던 것일까? 자이프렉사가 마약과의 전쟁 대상에 포함된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나는 어떤 반응을 보이게될까? - P385

우울증은 중독을 가능하게 한다. 욕구를 자제하기 위해서는 너무도 많은 에너지와 의지력이 필요하며, 우울증 상태에서는 음식이나 알코올이나 마약을 거부하기가 극히 힘들다. 그건 간단한 이치다. 우울증이 우리를 약하게 만든 탓이다. 나약함은 중독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거부해 봤자 더 견디기 힘든 불행에 이를 뿐인데 왜 거부라는 걸 하겠는가? - P398

자살 성향은 최소한 물질 남용만큼 우울증과 별개의 문제다. 자살의 수수께끼』의 저자 조지 하우 콜트의말을 들어 보자. "마치 자살 성향이 근원적인 질환의 고약한 부작용이기라도 한 것처럼 많은 임상의들이 우울증을 성공적으로 치료하면 자살 성향도 치료한 거라 믿는다. 그러나 일부 자살 성향 환자들은 진단 가능한 근원적 질환을 갖고 있지 않으며, 우울증 환자들의경우 우울증에서 벗어난 직후 혹은 한참 뒤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다." 임상의들은 일반적으로 우울증과 자살 의지를 함께지닌 환자를 치료할 때 우울증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우울증 치료가 자살 방지에 도움이 될 수 있긴 해도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자살자의 절반가량이 정신과 치료를 받아 왔음에도 대부분의 자살이 기습적으로 이루어진다. 자살 성향은 수면 장애 같은 중세들과 한데 뭉뚱그려서 취급해서도 안 되고, 우울증이 해결되었다고 자살 성향에 대한 치료를 중단해서도 안 된다. 자살 성향은 독립적으로 취급되어야 할 문제다. 그런데 왜 독립적으로 진단되지 못하고 우울증과 관련되고 중복되는 것일까?
자살성 우울증을 정의하려는 시도들은 하나같이 결실을 얻지못하고 있다. 우울증의 심각성과 자살 가능성 간에는 커다란 상관관계가 없다. 어떤 이들은 가벼운 장애를 겪는 중에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삶에 집착한다. - P400

죽음을 원하는 것과 죽고 싶은 것과 자살하고 싶은 것 사이에는 미세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따금 죽음을, 존재하지 않기를, 슬픔을 넘어서기를 원한다. 그리고 우울증에 빠지면 많은 이들이 죽고 싶어 한다. 현재 상태에서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것, 의식의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을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살하고 싶어 하는 것은 특별한 에너지와 특정한 방향성을 띤 폭력성을 요한다. 자살은 수동성의 결과가 아닌 행동의결과다. 자살을 하려면 현재의 고통이 영원할 것이라는 믿음과 최소한 약간의 충동에 덧붙여 엄청난 에너지와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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