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는 정신분석에서 나왔고 정신분석은 교회의 고해성사로 처음 형식을 갖춘, 위험한 생각들을 털어놓는 의식에서 나왔다. 정신분석은 특수한 기술들을 이용하여 신경증을 유발한 어린시절의 정신적 외상을 밝혀내는 치료법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시간(보통 일주일에 네다섯 시간)을 요하며 무의식의 내용을 드러내는데 집중한다. 프로이트와 그에게서 나온 정신역동적 이론들을 비판하는 것이 유행처럼 되었지만, 사실 프로이트의 모델은 (결점은 있지만) 훌륭하다. 루어만의 표현을 빌리면, 거기에는 "인간의 복잡성과 깊이에 대한 인식, 자신의 거부들에 대항하여 싸워야 한다는 절박한 요구, 인생의 힘겨움에 대한 존중"이 들어 있다. 사람들은 프로이트가 이룬 업적의 세부 사항들을 왈가왈부하고 그 시대의 편견들에 대해 프로이트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붓느라 ‘인간은 살아가면서 자신의 동기들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것의 포로‘라는 그의 글의 기본 진실을, 그의 숭고한 겸손을 간과한다. 우리는 자신의 원동력의 작은 부분만을 (타인의 원동력에 대해서는 더 작은 부분만을) 알 수 있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원동력에 대한 이론을 세운 것만으로도(이 원동력은 ‘무의식‘ 혹은 ‘통제를 벗어난 두뇌 회로들‘이라 부를 수 있다.) 정신 질환 연구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 P165

 CBT(cognitive behavioral therapy)는 객관적 타당성을 가르친다.
치료사는 우선 환자가 자신을 현재의 처지로 몰고 온 고난들, 즉 ‘생활사(史) 자료‘의 목록을 만들도록 돕는다. 그런 다음 이 고난들에 대한 반응들을 도표로 정리하고 과잉 반응의 특징적 형태들을 파악한다. 환자는 자신이 왜 특정한 사건들에 대해 그토록 우울해했는지 깨닫고 부적절한 반응들에서 벗어나려 노력한다. 이런 거시적인 단계 이후에는 환자가 자신의 ‘자동적인 생각들‘을 중화시키는 미시적인 단계가 이어진다. 감정들은 세상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들이 아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먼저 우리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그다음에 인식이 감정들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환자가 인식을 바꿀 수 있다면 그에 수반되는 감정 상태도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환자가 애인이 일에 몰두하는 것이 자신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직장의 요구에 대한 이성적인 반응이라고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경우를 살펴보자. 그러면 그 환자는 자신이 사랑스럽지 못한 머저리라는 자동적인 생각이 자기 비난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을 낳고 이 부정적인 감정이 우울증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게될 것이다. 일단 그 악순환이 깨지면 환자는 얼마간 자기 통제력을 갖게 된다. 실제로 일어난 일과 그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구분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 P173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한 여성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녀는 다하우 수용소에 1년 이상 갇혀 지내며 가족이 모두죽는 걸 지켜봐야 했다. 어떻게 견뎠느냐고 묻자 그녀는 그곳에 도착한 순간부터 현실을 생각하면 미쳐서 죽고 말리란 걸 깨달았다고말했다. "그래서 결심했지. 내 머리에 대해서만 생각하겠노라고. 그곳에서 내내 머리 생각만 했어. 언제 머리를 감을 수 있을까 궁리하면서 손가락으로 머리를 빗는 생각을 했다네. 어떻게 하면 간수들에게 걸려 머리를 박박 깎이는 걸 면할 수 있을까 궁리했고. 그리고 수용소에 득실거리는 이들과 씨름하며 시간을 보냈지. 그런 식으로내가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스스로 현실과 차단되어 살다 보니 그 모든 걸 견딜 수 있었네." 이것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CBT의 원칙이 극단적인 형태로 이용된 예다. 만일 자신의 생각을 특정 패턴으로 몰아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구제받을 수 있다. - P176

현재 항우울제는 네 가지 계열이 유통된다. 그중에서 가장 큰인기를 누리고 있는 선택적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는 기분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수치를 높인다. 프로작, 루복스, 팍실, 졸로프트, 셀렉사가 모두 이 계열에 속한다. SSRI 계열보다 오래된 종류가 두 가지 있는데 삼환계 (TCAS)와 모노아민산화효소억제제(MAOI) 계열이다. 삼환계는 화학 구조의 명칭을 딴 것으로 세로토닌과 도파민에 영향을 미친다. 엘라빌, 아나프라닐, 노르프라민, 토프라닐, 파멜러가 모두 삼환계다. MAOI계열은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의 붕괴를 억제하며 나르딜과 파르나테가 이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비정형적 항우울제로는다수의 신경전달물질 체계에 작용하는 아센딘, 웰부트린, 세르존, 이펙서 등이 있다.
이들 중에서 어떤 약을 쓸 것인지는 대개 (적어도 처음에는)부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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