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배우는 새로운 방법

세상에는 소위 철학 입문서가 차고 넘친다. 인터넷 서점에 ‘철학 입문‘이라고 검색하면 철학의 대가인 버트런드 러셀의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무려 만 권이 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렇게까지 많은 입문서가 쓰였다는 것은 최종적으로 대표할 만한 책이 아직 쓰이지 않았다는 증거이므로 새롭게 철학 입문서를 쓰는 의미가 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이렇게나 많은 철학입문서가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지금까지 쓰인 유사 도서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요소를 드러내지 않는 한 큰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지금까지 나온 방대한 철학 입문서들과 이 책의 차이점을 설명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이 책을 여타 철학 입문서들과 구별 짓는 핵심은 다음 세 가지다.
① 목차를 시간축으로 구성하지 않는다
② 현실의 쓸모에 기초한다
③ 철학 이외의 영역도 다룬다 - P26

•물음의 종류 What‘과 ‘How‘
•배움의 종류 ‘프로세스‘와 ‘아웃풋‘

우선 첫 번째 축인 ‘물음의 종류‘에 관해 생각해 보자. 고대 그리스 시대 이후 수많은 철학자가 다양한 사고를 전개해 왔는데, 이 모든 사상은 다음 두 가지 물음에 어떻게든 답하려 했던 노력으로 인식할 수 있다.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 What의 물음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 How의 물음

‘물건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라는 문제에 집중한 고대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는 전형적으로 ‘What의 물음‘에 몰두한 철학자다. 한편 기독교적 관점에서 초극(곤경이나 어려움을 극복해 냄옮긴이)을 염두에 두고, ‘근대인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의 문제를 ‘초인‘의 개념을 통해 풀고자 했던 니체는 전형적으로 ‘How의 물음‘에 주력한 철학자다. - P39

 르상티망은 사회적으로 공유된 가치판단에 자신의 가치판단을 예속 또는 종속시킴으로써 이루어진다. 자신이 무언가를 원할 때, 그 욕구가 ‘진짜‘ 자신의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 혹은 타인이 불러일으킨 르상티망에의해 가동된 것인지를 판별해야 한다.
지금까지 르상티망에 사로잡힌 사람이 전형적으로 나타내는 반응, 즉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가치 기준에 복종하는 일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번에는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가치판단을 뒤바꾸는 일의 위험성에 관해 고찰해 보자. 니체가 르상티망 문제를 다룬 것도 바로 이 두 번째 반응 때문이었다. 니체에 의하면 르상티망을 갖고있는 사람은 대부분 용기와 행동으로 사태를 호전시키려 들지 않기때문에 르상티망을 발생시키는 근원이 된 가치 기준을 뒤바꾸거나 정반대의 가치판단을 주장해서 르상티망을 해소하려고 한다.
니체는 대표적인 예로 기독교를 들었다. 니체에 따르면 고대 로마시대에 로마 제국의 지배 아래에 있던 유대인은 줄곧 빈곤에 허덕였고 부와 권력을 거머쥔 로마인, 즉 지배자를 선망하면서도 증오했다. 하지만 현실을 바꾸기도, 로마인보다 우위에 서기도 어려웠던그들은 복수를 위해 신을 만들어 내 ‘로마인은 풍요로운데 우리는 가난으로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천국에 갈 수 있는 것은 우리 쪽이다. 부자와 권력자 들은 신에게 미움받고 있어서 천국에는 갈 수 없다‘는 논리를 세웠다. 니체는 신이라는, 로마인보다 상위에 존재하는 가공의 개념을 창조함으로써 현실 세계의 강자와 약자를 반전시켜 심리적인 복수를 꾀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열등감을 노력이나 도전으로 해소하려 하지 않고 열등감을 느끼는 원천인 ‘강한 타자‘를 부정하는 가치관을 끌어내 자신을 긍정하려 한 사고관이다.  - P53

인격personality은 그 자체의 정의로 볼 때 본래 짧은 시간에 크게 변화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상황이나 주변과의 관계를 위해 인격을 달리 포장해야 할때가 있다. 이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사람이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이다. 그는 인격 가운데서 외부와 접촉하는 외적 인격을 페르소나persona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페르소나는 원래 고전극에서 배우가 사용하는 ‘가면‘을 뜻하는데, 융은 페르소나를 한 사람의 인간이 어떠한 모습을 밖으로 드러내는가에 관한, 개인과 사회적 집합체사이에서 맺어지는 일종의 타협이라고 정의했다. 즉, 실제 자신의 모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낸 가면이 페르소나라는 것이다.  - P58

이렇게 서로 다른 입장이나 역할을 종적인 사일로(기업 내의어떤 부문이나 부서가 외부와 정보를 공유하거나 연계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고립된 상태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개인이 속한 다양한 입장과 소속.
즉 여러 개의 페르소나를 뜻함-옮긴이)라고 생각할 경우, 그 사일로를 횡적으로 연계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 사일로 자체는 자신이 만들고자해서 만드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인생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어느 사이엔가 만들어진 것도 있다. 반드시 모든 사일로를 충분히납득하고서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사일로들이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룸으로써 사람이 인격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휴대전화가 등장하면서 사일로의 강렬한 횡적 연계가시작된 듯하다. 가령, 집단 따돌림은 아마도 고대부터 있었을 텐데 요즘에 와서 특히 문제의 심각성이 커진 이유는 아이들이 학교와 가정이라는 두 개의 사일로를 구분해 행동하지 못하게 된 데 있다.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는 학교에서 아무리 심한 일을 당해도 집에돌아오면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학교와는 일단 거리를 두어야한다. 그런데 휴대전화라는 가상의 횡적 연계 매체가, 학교라는 사일로에서 심리적으로 분리되기를 바라는 아이에게 그런 상황을 허용해 주지 않는다.
이는 회사원이 가정과 직장, 그리고 개인이라는 세 가지의 인격요소(음식으로 말하면 틀림없이 페르소나인데)를 구분해서 생활하기가 어려워진 것과도 같은 현상이다. 물리적으로 어느 장소에 있든, 또한어떤 사회적 입장에 있든 회사원으로서의 페르소나와 가정의 일원으로서의 페르소나가 따라다닌다. 이렇게 되면 여러 개의 사일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 잘 살아가야 할 인류가 고대에서부터 지속해 온 생존 전략 자체의 기능을 잃게 되는데, 사실 이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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