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장르를 불문하고 모든 글은 글쓴이 자신의 이야기다.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형식이 다를 뿐이다. 영화든 소설이든 논문이든 신문 기사까지, 모두 쓴 사람의 이야기다. 따라서 ‘자전적 소설‘이라는 말은 동어반복이다. 자기 현실과 재현 사이의 거리는 글마다 다르지만, 가장 어려운 글쓰기는 <헝거> 같은 형식의 이야기다. ‘자서自敍‘는 자서전自敍傳과 다르다.
성별과 인종, 계급 등 사회적 위치성과 무관하게 ‘자서‘는 상처와 고통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이 이슈들은 ‘드러내기 어렵다‘기보다 ‘잘‘ 드러내기 어렵다. 자기 연민과 나르시시즘은 최악의 인성이자 글쓰기태도인데 그 덫에 걸리기 쉽다. 예술에서 권력자는 상처받은 사람,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하긴 상처가 아니라면, 왜 쓰겠는가? 상처가 없으면 쓸 일도 없다. 작가는(학자도 마찬가지다) 죽을 때까지 ‘팔아먹을 수 있는‘ 덮어도 덮어도 솟아오르는 상처wound가 있어야 한다. 자기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경힘을 쓰는 것이 아니다. 경험에 대한 해석, 생각, 고통에 대한 사유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 자체로 쉽지 않은 삶이고, 그것을 표현한다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산을 넘는 일이다. - P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