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휴대전화 액정 위로 두 손가락을 벌려 엄마 얼굴을 확대했다. 긴 투병 기간 동안 엄마 몸은 계속 달라졌다.
장기는 물론이고 몸의 전체적인 선과 색이 변해갔다. 평소 엄마 모습을 많이 그려온 소리는 그걸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아픈 엄마를 그리다 말고 종종 손을 멈췄다. 소리는 엄마가 떠난 뒤에도 엄마 얼굴을 자주 그렸다. 엄마의 눈동자에 고인 빛을 표현할 땐 더 공을 들였고, 어깨선을 다듬을 땐 실제로 엄마를 쓰다듬는 것처럼 했다. 그렇게 한때 엄마였거나 여전히 엄마인 선들을 좇으며 손끝으로 엄마를 만졌다. 그런 식으로 엄마를 한번 더 가졌다. - P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