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왜 매번 갑자기 올까. 마음이 아직 겨울에 있는 사람에게 봄은 어려운 계절이다. 밝은 데가 너무 많다. 어디를 가든 마음을 부드럽게 만드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지루한 일을 보러 시청 같은 데를 가는 길에도 아득한 꽃향기를 맡게 된다. 얼었던 땅을 기어이 뚫고 자란 봄나물을 씹으면 서글퍼진다. 자연은 내 마음 따위 조금도 신경 쓰지않는 것이다. 다 잘 돌아가는데 내 자리만 없다는 생각에무서울 만큼 외로워진다. 슬픔의 핵심은 외로움이다. 누가같이 있어주면 외로움은 덜어진다. 그렇게 슬픔을 이겨내는 한 걸음을 뗄 수 있다. - P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