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간식 시간에 어린이들과 요구르트를 마셨다. 우리는 빨대를 쓰지 않고 덮개를 뜯어내고 마시기로 했다. 잘 뜯어지지 않아서 애를 먹는 어린이도 있었지만, 그래도 열두 살답게 어찌어찌 해결했다. 다들 조그만 통 조그만 구멍에 입을 대고 달짝지근한 요구르트를 홀짝, 또는 호로록 소리를내며 마셨다. 한 어린이가 말했다.
"이상하게 요구르트를 마시면 일곱 살이 된 것 같아요."
일곱 살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이다. 5학년인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한 옛날이다. 어른한테는 ‘언제 이만큼 컸나. 세월 빠르다‘ 하고 느낄 만한 시간이 어린이 자신한테는 추억을 쌓기 충분한 세월이다. 똑같이 입술을 오므리고 요구르트를 마시고 있자니, 나도 일곱 살이 된 것 같았다. 동그랗게 모여 앉아 어린이 네 명과 어른 한 명이 모두 일곱 살이 되었다. 무언가 공평해졌다. - P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