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다현 학생의 사인은……그는 유감을 표하듯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익사입니다." - P118
"채다현은 그날 자살할 마음이었을 겁니다. 칼을 들고 학교로갔어요. 물론 줄도 준비했고요. 스스로도 자신을 찔러 자살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 생각은 맞았어요. 시도는 해봤지만 어려웠어요. 그래서 준비해 온 끈으로 자살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책상을 밟고 올라가 끈을 걸고 다시내려와 책상을 치웠어요. 그리고 늘어진 끈을 잡고 힘껏 올라가중간에 매듭지어놓은 원에 목을 집어넣고 자살한 겁니다." "말도 안 돼!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준후는 저항하듯 벌떡 일어섰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강치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준후를 똑바로 응시했다. "가능합니다. 남학생이니까요." - P323
채다현은 권영주에게 상처를 입히고 싶었을 거라고, 강치수가말하며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그것을 내려다본 김준후의 미간이 좁혀졌다. 홍학 사진이었다. 잔뜩 구겨져 마치 홍학이 울상을짓고 있는 것 같았다. 권영주의 캐리어에서 찾아냈던 다현의 홍학사진. 그것을 이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거 아십니까? 홍학은 동성애가 굉장히 많이 발견되는 동물이라고 합니다. 수컷과 암컷이 새끼를 낳으면 다른 수컷이 암컷을 밀어내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수컷과 수컷 사이에서 큰 새끼는 더욱 강하게 크기 때문에 생존의 문제와도 직결되죠." - P325
조바심이 난 다현은 이혼을 더 갈구했다. 그 문제로 크게 다퉜다. 화를 내는 준후의 모습에서 다현은 현실을 보았는지도 모른다. 초점을 잃은 눈빛으로 준후는 멍하게 강치수를 올려다보았 "나한테 복수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찾아와 몸 안에 준후의 정액을 가뒀다. 그리고 살해된 것처럼 꾸며 자살했다. 자신을 망가뜨리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죽음을 영영 감추고 싶어 했을 거라고. 아직 숨도 끊어지지 않은 자신을 물속에 수장시킬 거라고는, 그때의 다현은 알지 못했다. 다현의 엄마는 문제를 일으키고 자살하는 순간까지 자식을 걱정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기대던 할머니는 죽었다. 사랑하는남자는 자신을 버거워했다. 그 남자의 아내는 다현을 모욕하고 저주하고 때렸다. 오랜 친구를 잃었다. 사기 사건의 피해자인 조미란이 학교에서 다현과 마주칠 때마다 어떤 시선을 보냈을지는 뻔했다. 그중 한 사람만이라도 다른 선택을 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강치수가 답했다. "외로웠겠죠" - P327
아무도 모른다. 그 냄새나는 차의 문을 닫을 때, 황권중이 살아 있었던 것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김준후는 길고 긴 복도를 웃으며 걸었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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