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헤스 자신이 ‘기독교적 환상 문학‘이라 명명한 이 소설의가설들이 놀랍도록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더 끌리는논변은 지적의 것이다. 《죽은 신을 위하여》 (2003)에서 그는 유다의 행위가 ‘신뢰의 궁극적 형태로서의 배반‘이라고 말한다. 어떤이가 공적 영웅이 되려면 누군가의 배반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는 것, 그럴 때는 그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만이 기꺼이 그를 배반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유다는, 가장 사랑하는 대상을 배반해야만 그 사랑을 완성할 수 있는 상황에 처했던, 비극적인 인물이다. 물론 신학적으로는 터무니없는 오독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문학은 이 오독의 빛에 의지해 인간이라는 심해로 내려간다. - P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