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두 번째 산문집을 묶으며건축학을 잘 모르면서도 글짓기는 집짓기와 유사한 것이라믿고 있다. 지면이 곧 지면(面)이어서, 나는 거기에 글을짓는다. 건축을 위한 공정 혹은 준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식을 생산해낼 것. 있을 만하고 또 있어야만 하는 건물이 지어져야한다. 한 편의 글에 그런 자격을 부여해주는 것은 (취향이나 입장이 아니라) 인식이다. 둘째, 정확한 문장을 찾을 것, 건축에 적합한 자재(材)를 찾듯이, 문장은 쓰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다.
특정한 인식을 가감 없이 실어 나르는 단 하나의 문장이 있다는플로베르적인 가정을 나는 믿는다. 그런 문장은 한번 쓰이면 다른 문장으로 대체될 수 없다. 셋째, 공학적으로 배치할 것. 필요한 단락의 개수를 계산하고 각 단락에 들어가야 할 내용을 배분한다. 가급적 각 단락의 길이를 똑같이 맞추고 이를 쌓아 올린다. 이 시각적 균형은 사유의 구조적 균형을 반영한다(반영해야한가). 이제 넘치는ㅍ것도 부족한 것도 없다. 한 단락도 더하거나 빼면 이 건축물은 무너진다(무너져여 한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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