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롱 영감
Le Père Milon

커다란 태양이 한 달 전부터 들판에 강렬한 열기를 쏘아댔다. 쏟아지는 그 열기 밑에서 빛나는 생명이 부화했다. 땅은 초록빛으로 한없이 길게 뻗어 있었고, 하늘은 지평선 가장자리까지 파랬다. 노르망디 지방의 농장들은 작은 숲의 너도밤나무 띠 속에 갇혀 있었다. 가까이에 있는 낡아 빠진 울타리를 열자, 마치 드넓은 정원을 보는 것 같았다. 그곳의 농부들처럼 뼈가 드러난 오래된 사과나무들에 전부 꽃이 피어 있었기때문이다. 갈고리 모양으로 굽고 뒤틀린 오래되고 거무스레한 나무줄기들이 흰색과 분홍색으로 이루어진 눈부신 둥근 지붕을 하늘 밑에 펼쳐놓았다. 꽃들이 피어나는 달콤한 향기가 열린 축사에서 나는 기름 냄새 그리고 암탉들이 잔뜩 앉아 있는 두엄이 발효하는 냄새와 뒤섞였다.

----------

대령은 질겁해서 손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노인은 또 한 번 대령의얼굴에 침을 뱉었다.
장교들이 벌떡 일어서서 동시에 큰 소리로 명령을 외쳤다.
1분도 되지 않아 병사들은 여전히 태연한 표정을 하고 있는 노인을담벼락에 밀어붙이고 사격을 가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노인은 맏아들장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얼이 빠져서 그 광경을 바라보는 며느리와 두 손주에게도. - P355

미스 해리엇
Miss Harriet

XX부인에게
우리 일곱 사람, 즉 여자 넷과 남자 셋(이들 중 한 명은 마부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은 사륜마차를 타고 말들의 발길에 따라 길이 구불구불 이어진 큰 언덕을 올라가고 있었다.
동이 트자마자 에트르타에서 출발해 탕카르빌의 폐허를 보러 가는중이었다. 우리는 서늘한 아침 공기에도 정신이 몽롱해서 계속 졸고 있었다. 특히 여자들은 사냥꾼처럼 이른 시각에 일어나는 일에 별로 익숙하지 않아서 해돋이가 주는 감흥에도 무감각한 채 줄곧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거나 하품을 했다.

----------

레옹 슈날이 입을 다물었다. 여자들은 울고 있었다. 마차 좌석에서 데트라유 백작이 연이어 코를 풀었다. 오직 마부만 졸고 있었다. 말들은 더 이상 채찍질을 받지 않고 걸음을 늦춘 채 천천히 걷고 있었다. 사륜마차는 간신히 앞으로 나아갔다. 슬픔의 무게가 새로이 실리기라도 한듯 갑자기 무거움을 느끼며. - P36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