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무엇보다도 한국인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같은 한국인에 대해서 강력한 유대감을 느끼고 인종과 민족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쉽게 적대감을 가집니다. 자신을 무엇보다 일본인으로 느끼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자신을 호모사피엔스의 일원으로 느끼는 사람이라면 피부색과 외모와 국적과 문화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적대감을 덜 느끼거나 강한 유대감을 가지겠지요. 인류 전체에 대해서, 인류가 살아가는 터전인 지구와 자연에 대해서, 함께 살아가는 다른 종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내가 하라리 박사와 같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우주와 지구의 역사, 물질 세계의 운동법칙, 생명과 종 다양성의 발생 원리, 현생인류의 생물학적 특성을 밝혀준 물리학자, 생물학자, 고고학자, 인류학자, 뇌과학자, 유전학자, 생리학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그분들이 애써 찾아낸 지식과 정보가 없었다면 저는 인간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며 우리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모른 채 살고 있을 것이니까요. 만약 그랬다면 누군가 ‘어느사피엔스가 다른 사피엔스에게‘같이 괴상한 글을 책에 적을 수도 없었을 것이고, 제가 그걸 읽으며 공감을 느낄 리도 없었을 겁니다. - P25

과학책을 읽을 때는 과학적 사실과 정보를 습득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는없어요. 글쓴이가 그 정보를 손에 넣었을 때 느꼈을, 그것을 해석하고 활용하고 서술하면서 문자 텍스트에 담으려고 했던 감정을 함께 읽어내야 공부가 재미있습니다. 그런 재미를 느껴야남이 읽으면서 재미를 느끼도록 글을 쓸 수 있어요. 책을 쓴 사람과 읽는 나 사이에, 그리고 내가 쓴 글을 읽는 독자와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을 만들어 공감을 주고받을 때 저는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는 글쓴이와 거리를 두지말고 감정을 이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죠.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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