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비화 Aux Champs
옥타브 미르보에게
작은 온천 도시에서 가까운 어느 언덕 발치에 초가집 두 채가 나란히 서 있었다. 농부 두 명이 어린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그 척박한 땅에서 힘들게 일했다. 두 가족은 아이가 넷씩 있었다. 이웃한 두 개의 문 앞에 아이들이 모두 모여 아침부터 저녁까지 득실거렸다. 나이가 가장 많은 두 아이는 여섯 살이었고, 가장 어린 두 아이는 15개월가량이었다. 결혼과 출산이 양쪽 집에서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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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문을 열었다. 그러자 시끄러운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발랭 부부가 돌아온 아들과 함께 성대한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였다. 샤를로는 발을 구르고는 부모를 향해 돌아서서 외쳤다. "이런 시골뜨기 노인네들!" 그러고는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 P224
늑대 Le Loup
다음은 라벨 남작 집에서 생위베르‘ 축일 만찬이 끝나갈 때 늙은 다르빌 후작이 우리에게 해준 이야기다. 우리는 낮에 사슴 한 마리를 잡았지만, 다르빌 후작은 만찬 참석자들중 그 사냥에 참여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절대 사냥을 하지않았기 때문이다. 만찬을 즐기는 내내 우리는 거의 짐승 죽이는 이야기만 했다. 여자들도 그 잔인하고 기괴한 이야기들에 흥미를 보였다. 사람들은 짐승들에대한 인간의 공격과 투쟁을 몸짓까지 해가며 자세히 묘사했다. 팔을 들어 올려 가면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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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빌 후작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누군가가 물었다. "그 이야기는 하나의 전설로 봐야겠지요. 안 그렇습니까?" 그러자 후작이 대답했다. "맹세컨대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이라오." 그러자 한 여자가 작고 온화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둘 중 무엇이든, 그런 열정을 가진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에요" - P234
미뉴에트 Menuet
폴 부르제에게 나는 그 어떤 큰 불행에도 별로 슬퍼하지 않습니다. 장 브리델이 말했다. 그는 회의론자로 통하는 노총각이었다. 나는 아주 가까이에서 전쟁을 목격했지요. 아무런 연민도 느끼지 않고 시체들을 뛰어넘기도 했습니다. 자연이나 인간들의 난폭함이 우리로 하여금 공포와 분노의 외침을 토하게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사소하면서도 가슴을 에는 어떤 것을 보여 주지는 못하지요.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전율이나 비통한느낌은 결코 일으키지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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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 대한 추억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끊임없이 따라다니며 나를괴롭혔고 작은 상처로 내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아마도 여러분은 이것을 우습게 생각하겠지요? - P243
그렇게 해서 그날 나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어린아이 같은 아양 부리는 태도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고, 미소를 짓고, 몸을 흔들고, 몸을 굽혀 인사하고, 깡충깡충 뛰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먼 옛날 매우 솜씨 좋은 직공이 그 시대의 방법에 따라 만들었지만 이제는 망가져 버린 기계장치에 의해 춤을 추는 두 개의 낡은 인형 같았습니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자 이상한 느낌으로 마음이 혼란스러워지고, 형언할 수 없는 서글픔으로 감동이 되었어요. 애처로우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어떤 망령을 한 세기는 뒤진 구식의 그림자를 보는 것 같았지요. 나는 웃고 싶기도 하고 울고 싶기도 했습니다. 갑자기 그들이 동작을 멈추더군요. 춤 시연을 끝낸 것이지요. 그들은 얼굴을 살짝 찌푸린 채 서로의 앞에 잠시 서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흐느끼면서 서로를 끌어안더군요. - P249
미친 여자 La Folle
로베르 드 보니에르에게 마티외 당돌랭 씨가 말했다. 멧도요들을 보면 전쟁 중에 있었던 음울한 일화가 떠오른다네. 자네들은 코르메유 교외에 있는 영지를 알고 있겠지. 프로이센 군인들이 왔을 때 나는 거기에 살고 있었다네. 그때 내 이웃집에는 미친 여자 하나가 살았지. 불행한 일로 충격을 받아 정신이 나가 버린 여자였어. 옛날에, 스물다섯 살 때 한 달 사이에 아버지, 남편, 갓난아기를 모두 잃었다더군. 죽음은 한 집안에 들어오면 이제 출입문을 알아 두었다는 듯이 곧바로 다시 찾아온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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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이 해왔던 대로 팔다리조차 움직이지 않은 채 두터운 눈 이불 아래에서 가만히 죽어 간 거야. 그리고 늑대들이 와서 그녀를 삼켜 버린 거지. 계절이 바뀌자 새들이 찢어진 침대 매트리스에서 나온 양모로 둥지를 지었고, 나는 그 서글프고 헐벗은 유골을 보관했다네.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은 절대 전쟁을 경험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지. - P251
크리스마스 만찬 Nuit de Noël
"크리스마스 만찬! 크리스마스 만찬! 아, 싫어! 난 크리스마스 만찬을 열지 않을 거야!" 뚱뚱한 앙리 탕플리에가 비열한 짓거리라도 제안받은 것처럼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이 웃으면서 외쳤다. "자네 왜 그렇게 화를 내나?" 그가 대답했다. "크리스마스 만찬 때문에 지독히도 골탕을 먹었기 때문이야. 덕분에 나는 어리석은 즐거움이 넘쳐 나는 바보 같은 크리스마스밤에 대해 극복할 수 없는 공포를 갖게 되었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자네들 그걸 알고 싶나? 그렇다면 내 이야기를 들어 보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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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 불행이 절정에 달한 것은 그 여자가 병에서 회복한 뒤였다네 그녀가 그동안 나를 사랑하게 된 거야…… 그녀는, 그 매춘부는 나를 필사적으로 사랑했다네!
"그래서?" "시간이 흐르자 그녀는 도둑고양이처럼 야위었지. 나는 그 해골 같은여자를 집 밖으로 쫓아 버렸네. 그러자 그 여자는 거리에서 나를 염탐하고, 내가 지나가는 것을 보려고 숨어서 기다리고, 내가 외출을 하면 앞을 막아서서는 손에 입을 맞추고 몹시 귀찮게 굴어서 내 화를 돋운다네. 바로 이것이 내가 크리스마스 만찬을 절대 열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야." - P257
승마 A cheval
그 가난한 부부는 남편의 적은 봉급으로 힘들게 살아갔다. 그들이 결혼한 후 두 아이가 태어났다. 부부는 결혼 초부터 부끄러운 곤궁함을 경험했지만, 그 곤궁함을 애써 숨기면서 귀족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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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노파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고 신중한 결론을 내놓았다. 엑토르가 아내에게 이 소식을 전하자 아내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그 노파를 여기로 데려오는 게 낫겠어요. 그러면 돈이 덜들 테니까요" 엑토르가 펄쩍 뛰었다. "여기로, 우리 집으로? 정말 그럴 작정이야?" 그녀는 체념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는 표정으로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대답했다. "그럼 어떡해요 여보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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