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바시 : 두 분 다 뛰어난 과학자이자 사상가였지만 다윈은 당시 과학자 공동체의 더 강력한 ‘허브‘였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연결점 말입니다. 데닛: 그 ‘허브‘라는 개념에 대해 더 자세히 얘기해줄 수 있으신가요? 바라바시 : 제 책의 논리대로라면 다윈은 당시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과학자 네트워크에서 ‘주변의 점들과 비정상적으로 많이 링크된 점‘, 즉 허브입니다. 제가 어딘가에서 보니 다윈은 평생동안 거의 2000명의 사람들과 수만 통의 편지를 교환하였다더군요. 얼른 계산해보면 하루에 한두통은 썼다는 얘긴데요, 이메일도 없던 시대에 그리 하였으니 요즘으로 치면 틀림없이 파워네트워커‘ 또는 ‘파워 블로거‘랄 수 있을 겁니다. 데닛: 파워 블로거 다윈이라, 재밌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우선, 몇 가지 중요한 키워드부터 짚고 넘어가 봅시다. 선생이 표방하고 있는 ‘네트워크 과학‘이란 게 뭡니까? 바라바시 : 그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복잡계‘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복잡계‘란 그 안의 다양한 구성요소들이 상호작용해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시스템을 말하지요. 생명체, 인간 사회, 인터넷 등이 대표적인 복잡계입니다. ‘네트워크 과학‘이란 이런 복잡계의 구성 요소들과 그들 간의 상호작용을 점과선으로 단순화시켜 네트워크로 바꿔 연구하는 방법론입니다. 가령 네트워크 과학에서 사회는 점(사람)과 선(서로간의 관계)으로이뤄진 인맥입니다. - P109
유식하게말하면, 허브가 많은 네트워크는 ‘멱함수 분포‘를 따르는 척도없는 네트워크입니다. 데닛 : 음. 좀 쉽게 설명해주세요. 바라바시:자, 여기 보세요. 고속도로 지도와 항공노선 지도가있지요. 고속도로 지도의 경우 각 도시(점)는 대개 비슷한 수의고속도로(선)에 연결되어 있어요. 반면 항공노선 지도의 경우는수많은 항공편을 가진 몇 개의 허브 공항과 수백 개의 작은 공항이 네트워크를 이루게 됩니다. 항공노선이 바로 척도 없는 네트워크인 셈입니다. - P111
드 발 : 보노보의 삶을 있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는다면 딱 포르노 수준이죠. 사실 보노보에 대한 연구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것도 이런 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내 안의 유인원》에서 폭력과 권력의 맛을 아는 침팬지와 평화와 섹스의 즐거움을 아는 보노보 모두가 우리 인간 속에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려 했습니다. 그동안 영장류학자들이 인간 본성을 논할 때 인간과 침팬지를 주로 비교하는 선에서 끝내다 보니 인간의 이기심, 권력욕, 폭력 등만 크게 부각되었죠. 하지만 우리 인간에게는 평화에대한 갈망, 협력, 사랑과 섹스 등과 같이 밝고 아름다운 측면도있습니다. 저는 우리의 잊혀진 사촌인 보노보에 대한 연구가그런 측면들의 기원과 진화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제공할 거라믿습니다. - P116
예술, 철학, 문학은 인간 마음의 산물이고 인간의 마음은 뇌의 산물이죠. 그리고 인간의 뇌는 유전체에 의해 조직되고 진화해왔습니다. 과학에 입각한 인문주의는 이런 사실들을자신의 지적 작업에 진지하게 반영해야 합니다. 데닛: 물론 저도 공감합니다. 시공간에 대해 논의하면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빼놓거나 인간의 정신에 대해 말하면서 진화론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아무리 정교하고 현란한 인문학적 논의일지라도 가치가 없는 것이겠죠. 그래서 저도 인문학은 적어도 현대 과학의 성과들과 일관적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과학에 무지하거나 과학을 무시한 인문학도 문제지만, 인문학적 상상력이 전혀 없는 과학도 문제 아닙니까? 스노가 셰익스피어도 모르는 과학자들이 많다고 개탄했는데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거든요. 브록만:불행히도 그건 사실입니다. 제가 엣지 포럼과 재단을만든 이유가 바로 인문적 소양이 있는 과학자와 과학에 귀 기울이는 인문학자 간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한 것이었어요. - P130
애커로프: 네. 기존 경제학자의 분석이 무력해지는 대목이지요사람들은 뒷소문이나 이야기 등에 심리적으로 아주 민감합니다. 심리학적 연구에 따르면 주어지는 정보의 형태가 어떤가따라 기억 능력이 달라집니다. 가령 이야기 형태로 주어진 정보는 쉽게 저장될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아주 효과적으로 전달되지요. 데닛: 그렇군요. 예컨대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다 알지 못해도 그 이야기 구조는 전부기억하는 것을 보면 정말 그런 것 같군요. 그러니까 매력적인이야기에 끌린 나머지 합리적인 방식으로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얘기군요. 애커로프 : 친구가 땅을 사서 큰 재미를 봤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갑을 터는 게 우리 아닙니까?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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