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로즌솔은 제나인 자매의 조현병을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복합적 결과로 단정 지었다. 그는 하나의 유전자가 조현병을 유발하는 것이 분명하다는 주장을 거부하면서도, 환경만이 원인이라는 믿음 또한 거부했다. 로즌솔은 연구자 중 거의 처음으로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조현병 증세가 유발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는 현재의 교착상태를 벗어나 타협점을 찾는 데 도움이 될 향후 연구 과제를 제시했다.
"우리는 더욱 신중하면서도 정교하게 이론을 수립해야 한다‘고 로솔은 주장했다. "유전적 요인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환경의 영향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고, 환경주의자들도 유전적인 요인을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말로만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는 향후 연구들이 두 입장을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전과 환경은 당연히 우리 모두가 연구해야 할 대상이다."
로즌솔의 결론은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선천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이 혼재되어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언제쯤 그의 주장이 널리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제나인 자매에 대한 연구를 마친 그는 정신질환의 기원이 유전 또는 환경 어느 한쪽에 있는 게 아니라 그 둘의 운명적인 결합에 있다는것을 증명하기 위해 또 다른 연구에 나섰다. - P139

소라진은 일종의 마법 같은 약으로 널리 인정받았다. 외과적 수술이나 충격요법 외에 달리 방법이 없던 상황에서 정신질환 환자를 안정시켰기때문이다. 1970년 도널드가 푸에블로로 입원 명령을 받았을 무렵에는 20종 이상의 변형 제품이 의약품 시장에 나왔다. 이러한 항정신병 약물을 사용하면서 푸에블로와 같은 대형 주립병원들은 이제 모든 환자를 가두지 않고 일부를 퇴원시킬 수 있었다. 즉, 다른종류의 치료로는 달성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케에디 시대의 정신 보건 비전을 달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소라진은 완치제가 아니었다. 일부 증상을 가라앉히기는 하지만 기껏해야 질병 그 자체와의 불안정한 휴전을 맺는 것뿐이었다. 또한 떨림, 초조, 근육 긴장. 자세조절장애와 같은 부작용도 문제였다. 라보리가 말한 "고요하고 몽롱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환자의 입을 막고 목소리를 죽여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는 조치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떤 환자들은 약물에 의한 의식 혼탁에서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었고 약물 복용을 중단한 후 찾아오는 정신이상은 이전보다 더 극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 대체 소라진은 어떻게 작용하는 걸까? 모두가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소라진과 기타 신경안정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확실히 아는 사람은 없다. 의사들은 지난 수십 년간 조현병에대한 생물학적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약물치료를 해왔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이 할 수 있었던 일은 소라진이 환자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관찰하고 관찰 내용을 바탕으로 조현병에 관한 추정 이론을 세우는 것이었다. 신뢰할 만한 첫 이론은 1957년에야 나왔다. 스웨덴의 신경약물학자 아르비드 칼손은 소라진이 뇌의 도파민 수용체를 차단하여 걷잡을 수 없이 몰려드는 환각과 혼란을 유발하는 신호들을 막아냄으로써 조현병 증세를 치료할 수 있다는의견을 제시했다. 칼손의 연구는 수용체들의 활동 과다가 조현병을 유발한다는 ‘도파민 가설‘로 알려진 개념의 기초가 되었다. 도파민 가설은 또 다른 신경안정제인 클로자핀이 등장하며 난관에 부딪혔다. 클로자핀은 도파민 수용체를 차단하는 소라진과는 정반대로도파민 수치를 높임으로써 조현병의 일부 증상을 효과적으로 완화했다. 효과적인 신경안정제 두 가지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도파민수치를 조절한다는 사실은 도파민 가설 외에도 증상 완화를 설명할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P151

짐은 도널드에게 ‘얼간이 Gookoid‘라는 별명을 붙였다. 다른 동생들도 이 별명이 입에 배어 대부분 하루에 한 번 이상 이 단어를 입에올렸다. 도널드를 놀리다 보면 아무 대책 없이 그를 피하는 것보다 기분이 풀리는 듯했다. 그들은 도널드를 농담거리로 삼으면서 자신들이 설명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힘을 얻는 기분을 느꼈다. 그들의 가슴속에는 도널드가 어떤 사람이든 자신은 그와 다르다는 안도감이 차올랐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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