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독일 정신의학자 에밀 크레펠린은 노인 치매와는 달리 젊어서 시작되는 정신질환을 설명하기 위해 ‘조발성 치매‘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크레펠린은 조발성 치매가 ‘독소‘에 의해 일어나거나 뇌와 연관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성격의 병과 관련이 있다"고 믿었다. 12년 후 스위스 정신의학자 오이겐 블로일러가 크레펠린이 조발성 치매라고 한데 묶은 증상들을 가리켜 정신분열병*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그도 역시 조현병에 체질적 원인이 있을것이라고 추측했다.
블로일러는 정신 기능의 극명하고 급격한 분리를 암시하는 라틴어 어원 ‘Schizo‘를 이용하여 새로운 단어를 조합했다. 그러나 이는 굉장히 부적절한 선택이었다. 그 이후로 영화 <사이코>부터 <시빌>, <이브의 세 얼굴>까지 대중문화에서 정신분열병이라는 표현을다룬 방식은 성격의 분열을 떠올리도록 부추기면서 개념의 혼란을일으켰고, 조현병의 본질을 전혀 건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블로일러가 설명하려고 한 것은 환자의 외부 세계와 내부 세계의분열, 즉 인식과 현실의 간극이었다. 조현병은 다중 인격과 관련된 병이 아니다. 조현병은 현실에 더 이상 접근할 수 없을 때까지 처음에는 천천히, 나중에는 순식간에 벽을 쌓아 올려 자기 자신을 의식으로부터 분리시키는 병이다. - P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