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아이들을 화성에 보내겠습니까?"
첫아이인 당신 딸이 열 살이 되었을 때, 원대한 꿈을 가진 생면부지의 억만장자가 최초의 화성 영구 정착지에서 살아갈 사람들 중 한 명으로 그 아이를 선택했다고 상상해보라. 우수한 학업 성적(거기다가당신이 동의한 기억이 없는 유전체 분석 결과)을 바탕으로 선정되었다고한다. 우주를 좋아하던 딸은 당신 몰래 그 임무에 지원했는데, 게다가 딸의 친구들도 모두 그 임무에 지원했다고 한다. 딸은 제발 화성으로가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 P15
자, 이래도 딸을 화성으로 보내겠는가? 당연히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지구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어린이를 화성으로 보낸다는 이 계획은 완전히 미친 짓으로 보인다. 도대체 어느 부모가 이를 허락하겠는가? 이 계획을 추진하는 회사는 화성에 대한 우선권을 놓고 다른 회사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지도자들은 아동 발달에 관한 세부 내용은 전혀 모르고, 아동의 안전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회사는 부모의 승인을받았다는 증명도 요구하지 않았다. 어린이가 부모의 승인을 받았다는 칸에 체크만 하면, 그 어린이는 화성으로 날아갈 수 있다. 어떤 회사도 부모의 동의 없이 어린이를 화성으로 데려가 위험에처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했다간 막중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할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 P17
사회심리학자 진 트웽이 Jean Twenge의 획기적인 연구 덕분에 우리는세대 간 차이가 어린 시절에 경험하는 사건들(전쟁과 우울증 같은)을넘어서고, 어릴 때 사용한 기술의 변화(라디오, 텔레비전, PC, 인터넷, 아이폰 순으로 이어진)를 반영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 P21
네 번째 트렌드는 불과 몇 년 뒤에 시작되었는데, 남자아이보다는 여자아이에게 훨씬 큰 타격을 주었다. 스마트폰이 전면 카메라 기능을 추가하고(2010년)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에 인수되면서(2012년)인기가 크게 높아지자,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미지를 게시하는 유행이 크게 확산되었다. 자신의 일상생활을 촬영해 세심하게 편집한 사진과 비디오를 또래 친구들과 낯선 사람들이 단지 보기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평가까지 할 수 있도록 게시하는 청소년 수가 크게 늘어났다. Z세대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돌려 흥미진진하고 중독성이강하고 불안정하며, 그리고 곧 보여주겠지만) 아동과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대체 우주로 오라고 유혹하는 ‘포털‘을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면서 사춘기를 보내는 역사상 최초의 세대가 되었다. 그 우주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면 의식 중 상당 부분을 자신의 온라인 ‘브랜드‘를 관리하는 데 쏟아부어야 한다(끊임없이 계속). 이제 또래 친구들로부터 청소년기의 산소인 인정을 받고 청소년에게 악몽과도 같은 온라인 따돌림을 피하려면 이것은 꼭 필요한 활동이 되었다. 십대 Z세대는 친구, 지인 그리고 잘 모르는 인플루언서의 화려하고 행복한 게시물을 살펴보느라 매일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다. 그 결과로 사용자가 만든 비디오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점점 더 많이 보는데, 이것들은 그들을 온라인에 최대한 오래 머물도록 설계된 자동 재생 기능과 알고리듬을 통해 제공된다. 이들은 친구와 가족과 함께 놀고 대화하고 접촉하고 심지어 시선을 마주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그래서 성공적인 인간 발달에 필수적인 체화된 사회적 행동에 참여하는 양도 크게 줄어든다. 따라서 Z 세대는 급진적인 새로운 성장 방식, 즉 인류가 진화한 소규모 공동체의 현실 세계 상호 작용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에서 성장하는 방식을 시험하는 대상이다. 이것을 ‘아동기 대재편Great Rewiringof Childhood‘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이것은 마치 이들이 화성에서 성장하는 첫 세대가 된 것과 비슷하다. - P22
이와는 대조적으로 ‘가상 세계‘는 불과 지난 수십 년 동안 전형적으로 나타났던 다음 네 가지 특징을 지닌 관계와 사회적 상호 작용을가리킨다.
1. 비체화된disembodied 방식으로 일어난다. 이것은 몸이 필요 없고오직 언어만 필요하다는 뜻이다. 파트너는 인공 지능AL, artificial intelligence이 될 수도 있고, 이미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2. 비동기화된asynchronous 방식으로 일어나며 그 정도가 매우 심한데, 주로 텍스트 기반 게시물과 댓글을 통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영상 통화는 동기화된 방식으로 일어난다.) 3. 수많은 잠재적 청중을 상대로 방송을 하면서 일대다 의사소통이 아주 많이 일어난다. 다중 상호 작용이 병렬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 4. 진입과 퇴출 장벽이 낮은 공동체 내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기분이 나쁘면 상대방을 차단하거나 그냥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 공동체는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으며, 관계는 보통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 P27
첫 번째 단서는 정신 질환증가가 불안과 우울증과 관련된 장애에 집중되었다는 점인데, 정신의학에서 이들 장애는 뭉뚱그려서 내면화 장애internalizing disorder로 분류한다. 이 장애는 심한 고통을 받는 사람이 증상을 내면적으로 느낄때 나타난다. 내면화 장애가 있는 사람은 불안과 두려움, 슬픔, 절망같은 감정을 느낀다. 이들은 반추를 자주 한다. 또 사회적 관여에 거리를 두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외면화 장애는 고통을 느끼는 사람이 그 증상과 반응을 다른 사람들을 향해 밖으로 표출할 때 나타난다. 행동 장애, 분노 조절장애, 폭력 성향과 과도한 위험 감수 성향 등이 이에 포함된다. 나이와 문화, 국가에 상관없이 내면화 장애는 여자아이와 여성에게서 더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반면, 외면화 장애는 남자아이와 남성에게서더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 그렇긴 하지만 양성 모두 두 장애로 고통받으며, 양성 모두 2010년대 초반 이후에 내면화 장애가 증가한 반면에 외면화 장애는 감소했다. - P49
인류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집단 의례가 인간의 보편적인 문화라는사실에 주목했다. 16세기와 17세기의 유럽인 탐험가들은 모든 대륙의 공동체들에서 모든 구성원이 함께 모여 북을 치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비트가 강한 음악을 연주하는 등의 집단 의례를 행한다는 사실18을 발견했다. 집단 의례는 신뢰를 더욱 돈독하게 하고 균열이 생긴사회적 관계를 회복하는 기능이 있다고 널리 이야기되었다. 위대한사회학자 다비드-에밀 뒤르켐David-Émile Durkheim은 그러한 의례에서생겨나는 ‘사회적 전기 social electricity‘에 관한 글을 썼다." 그는 교감과소속감을 북돋는 데 의례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 P93
따라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지금까지 발명된 것 중 가장 효율적인 동조 엔진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똑바른 자세로 앉으라거나 칭얼대지 말라고 몇 년 동안 훈육을 해도 실패하고 마는 반면, 소셜 미디어는 청소년에게 용납되는 행동에 대한 심적 모형을 불과 몇 시간 만에 형성할 수 있다. 부모는 동조 편향의 힘을 사용할 수 없으므로, 소셜 미디어의 사회화 힘에는 상대도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다수를 모방하는 것 외에 또 한 가지 중요한 전략이 있다. 그것은 권위를 포착하고 권위자를 모방하는 것이다. 권위 편향에 관한 주요 연구를 한 사람은 로버트 보이드 밑에서 배운 진화인류학자조 헨릭 Joe Henrich이다. 헨릭은 비인간 영장류의 사회적 위계가 지배성(결국은 남에게 폭력을 가하는 능력)을 기반으로 구축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사람은 권위를 기반으로 한 대안 등급 체계가 있는데, 옛날에는 사냥이나 이야기를 잘하는 것처럼 가치 있는 영역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인 사람에게 그러한 권위가 부여되었다. 사람들은 탁월한 능력을 스스로 파악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 의존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만약 대다수 사람이 프랭크가 공동체에서 가장 뛰어난 활쏘기 명인이라고 말한다면, 그리고당신이 활쏘기를 가치 있게 여긴다면, 프랭크가 활을 쏘는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더라도 당신은 그를 ‘존경‘할 것이다. 헨릭은 사람들이 권위 있는 사람을 (스타처럼) 크게 존경하는 이유는, 유대를 통해학습을 최대화하고 자기 자신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그와 친해지고싶은 동기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권위 있는 사람은일부 추종자가 가까이 다가오도록 허용하는데, 추종자(헌신적인 수행원과 팬) 무리는 공동체에 자신의 높은 지위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플랫폼 설계자들은 모든 게시물과 사용자의 성공을계량화해 전시할 때(좋아요, 공유, 리트윗, 댓글 등으로) 이러한 심리학적체계를 정조준했다. - P97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11세 무렵에 스마트폰을 처음 소유한 뒤 나머지 십대 시절 동안 인스타그램과 틱톡, 비디오게임, 온라인 생활을통해 사회화되는 미국 어린이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놀이 기반아동기 시절에는 나이에 어울리는 경험을 순차적으로 하는 것이 표준이었고, 그런 경험은 민감기에 잘 조율돼 있었으며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공유되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에는 아이들이 정해진 순서 없이 쏟아지는 성인 콘텐츠와 경험의 소용돌이 속으로 내던져진다. 현실 세계가 아닌 온라인 세계에서 발달한다면, 그들의 정체성과 자아와 인간관계가 확 달라질 것이다. 받는 보상이나 처벌, 우정의 깊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람직한 것, 이 모든 것은 아이가 매주 보는 수천 개의 게시물과 댓글, 평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민감기를 보내는 아이의 마음은 그사이트들의 문화에 의해 형성될 것이다. Z세대의 정신 건강 결과가밀레니얼 세대에 비해 그토록 나쁜 이유는 이것으로 설명이 가능할지 모른다. Z세대는 스마트폰으로 문화 학습을 하면서 사춘기와 민감기를 보낸 첫 번째 세대이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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