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먼드 - 나도. (그는 초조하게 기침을 시작하고 곧 발작적인 기침이 이어진다. 제이미는 근심과 연민이 어린눈길로 동생을 흘낏 본다. 메리, 앞응접실을 통해 들어온다. 얼핏 보기엔 아까보다 덜 초조해하고 아침 식사 직후의 상태와 비슷해진 걸 제외하곤 달라진 점을 찾을 수 없으나 자세히 관찰하면 눈이 더반짝거리고, 현실에서 한 걸음 물러나서 말하고 행동하는 듯 목소리와 태도가 묘하게 초연해진 걸 알수 있다.) 메리 - (걱정스럽게 에드먼드에게로 가서 어깨를 안으며)이렇게 기침을 하면 안 되는데, 목에 안 좋아. 감기에다 목까지 아프면 안 되지. (에드먼드에게 키스한다. 에드먼드는 기침을 그치고 걱정스런 눈으로 어머니를 흘낏 살핀다. 그러나 어머니의 다정함이 그의 의심을 잠재워 잠시 그는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 반면 제이미는 한 번 유심히보고는 자신의 의심이 적중했음을 깨닫는다. 그는 바닥으로 시선을 떨구고 방어적인 냉소가 어린 쓰라린 표정이 된다. 메리는 에드먼드의 의자 팔걸이에 살짝 걸터앉아 아들의 어깨를 안고 말을 잇는다. 그녀의 얼굴은 에드먼드의 뒤쪽 위에 있어서 그는 어머니의 눈을 볼 수가 없다.) - P69
에드먼드 - (불안해서)형, 그만둬! (제이미, 다시 창밖을 내다본다.) 그리고 어머니도요. 왜 갑자기 형한테 그러세요? 메리 - (매정하게) 눈만 뜨면 남을 비웃잖니. 다른 사람들 약점이나 찾고. (그러다 돌연 감정 없는 초연한목소리로 변하며) 운명이 저렇게 만든 거지 저 아이 탓은 아닐 거야. 사람은 운명을 거역할 수 없으니까. 운명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손을 써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일들을 하게 만들지. 그래서 우리는 영원히 진정한 자신을 잃고 마는 거야. (에드먼드는어머니의 이상한 태도에 겁이 난다. 그는 어머니의 눈을 보려고 하지만 어머니는 시선을 피하고 있다. 제이미는 어머니를 돌아봤다가 다시 재빨리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 P72
2막 2장
같은 장소, 반 시간쯤 뒤. 탁자 위에 있던 술 쟁반이 치워지고 없다. 막이 오르면 가족들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돌아온다. 메리가 맨 먼저 뒷응접실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남편이 그 뒤를 따라나온다. 그는 아까 1막에서 아침을 먹고 등장할 때와 비슷한 상황인데도 아내와 함께 나오지 않는다. 그는 아내를 만지려고도,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비난하는 표정의 얼굴에는 이제 지치고 무력한, 해묵은 체념의 빛까지 어려 있다. 제이미와 에드먼드가 아버지 뒤를따라 나온다. 제이미의 얼굴은 방어적인 냉소주의로 딱딱하게 굳어 있다. 에드먼드도 형의 이러한 방어술을 흉내내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몸이 병들었을뿐더러 마음까지 아프다는 걸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 P83
메리 - (아들에게 초연하게 키스한다.) 잘 다녀와라. 집에서 저녁 먹으려거든 늦지 않도록 해. 아버지한테도 그렇게 말씀드리고. 너도 브리지트 성질 알잖니. (에드먼드, 서둘러 나간다. 티론이 현관에서 외친다. "다녀오겠소. 메리." 제이미도 외친다. "다녀올게요. 어머니." 메리, 대답한다.) 다녀들 와요. (그들이 나가고 현관문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그녀는 탁자 옆에 와서 서서 한 손으로는 테이블을 두드리고 한 손으로는 머리를 매만진다. 겁에 질린 고독한 눈으로 실내를 둘러보며 중얼거린다.) 여긴 너무 쓸쓸해. (지독한 자기 경멸로 얼굴이 굳어진다.) 또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구나. 사실은 혼자 있고 싶었으면서. 저들이 보이는 경멸과 혐오감 때문에 함께 있는 게 싫었으면서. 저들이 나가서 기쁘면서. (절망적인 웃음을 흘린다.) 성모님. 그런데 왜 이렇게 쓸쓸한 거죠? 막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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