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 산꼭대기에서 보낸 그 마지막 겨울이 사실은 내게 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사람은 당나라 시인 두보였다. 두보는 곡강 이수曲江 二首 그의 첫번째 수를 이렇게 시작했다. 人生七十古來稀‘라는 유명한 구절이 담긴 시다.
한 조각 꽃이 져도 봄빛이 깎이거니
바람 불어 만 조각 흩어지니 시름 어이 견디리
스러지는 꽃잎 내 눈을 스치는 걸 바라보노라면
몸 많이 상하는 게 싫다고 술 머금는 일 마다하랴
一片花飛減却春風飄萬點正愁人
且看欲盡花徑眼 莫厭傷多酒入唇
그해 겨울, 나는 간절히 봄을 기다렸건만 자신이 봄을 지나고 있다는 사실만은 깨닫지 못했다. - P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