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쯤 지난 어느날 밤, 내가 유난히 늦게까지 그곳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방충망의 그 벌어진 틈으로 고양이가 들어왔다. 그러나 문제는 내 옆에 이미 고양이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다시 그 쪽을 쳐다보았다. 자세히 보니 스컹크였다. 게다가 그 스핑크는 포치의 유일한 출입구를 가로막고 있어서 내가 도망칠 수가 없었다. 곧장 테이블로 다가오는 스컹크를 보며 나는 녀석이 매일 밤 이맘때쯤 테이블 주변의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으려고 이곳을 어슬렁거렸음을 알았다. (아내가 전화를 받으러 가거나 그레이비소스를 더 가져오려고 자리를 뜬 사이에 아이들과 내가 벌이는 ‘야채 올림픽‘ 놀이 때문에 음식이 바닥에 떨어져 있을 때가 많았다.)
스컹크가 분사하는 액에 맞는 것은 피를 흘리거나 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제외하고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태다. 스컹크 냄새는 멀리서 맡으면 그다지 고약하지 않다. 오히려 묘하게 정이 가는, 매력적이라고까지는 할 수는 없지만 역하지도 않은 냄새다. 멀리서 스컹크 냄새를 처음 맡은 사람은 누구나 ‘그리 나쁘지 않은걸. 별것도 아닌 것 갖고왜들 그렇게 야단법석이지?‘ 하고 의아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맡으면, 혹은 스컹크가 내뿜는 액을 맞으면 아주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야 다른 누군가로부터 춤 신청을 받을 수 있다. 스컹크 냄새는 독하고 불쾌할 뿐만 아니라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냄새를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토마토 주스로 온몸을 씻어내는 것이지만, 토마토 주스 수십 리터를 들이부어도 냄새가 조금 가실까말까 한 정도다. - P140
2미터 반쯤 떨어진 곳의 스컹크를 바라보며 앉아 있는 동안 이 모든 것이 내 머릿속을 스쳤다. 스컹크는 한 30초쯤 코를 킁킁거리며 테이블 밑을 돌아다니더니 들어온 곳을 통해 조용히 다시 나갔다. 포치를 떠나면서 스컹크는 ‘나는 줄곧 당신이 거기 있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라고 말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내게 액을 분사하지는 않았다. 그점, 나는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
다음날 나는 방충망의 벌어진 곳을 압정으로 붙여놓았지만 고마움의 표시로 계단에 고양이 먹이를 한 줌 놓아두었고, 한밤중에 스컹크가 나타나서 그것을 먹어치웠다. 그 후로 2년 동안 나는 여름이면 스컹크가 와서 먹을 수 있게끔 정기적으로 고양이 먹이를 계단에 놓아주었다. 올해에는 스컹크가 다녀가지 않았다. 작은 포유동물들 사이에 전염병이 돌아서 스컹크와 너구리, 심지어 다람쥐까지도 그 수가 많이 줄어들었는데, 이는 15년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자연계의 순환 현상이다.
우리 집에 찾아오던 스컹크도 죽은 것 같다. 1, 2년 뒤에 다시 스컹크의 수가 늘어나면 또 다른 스컹크가 찾아오리라. 그러기를 바란다. 스컹크로 살아간다는 것은 친구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그 사이에 우리는 부분적으로는 죽은 스컹크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또 부분적으로는 아내한테 들키는 바람에 야채 올림픽 놀이를 그만두었다. 비록 금메달은 내 차지가 될 게 확실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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