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유형의 모텔은 조야한 가구들을 들여놓은 형편없는 모텔로, 우리 가족은 늘 이런 호텔에 묵곤 했다. 역사상 위대한 구두쇠 중의 하나인 우리 아버지는 잠만 자러 들어가는 방에 돈을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우리는 대체로 말이 뛰다 나왔나 싶을 정도로 푹 꺼진 침대에 냉방장치라곤 열린 창문이 전부고, 한밤중에 가구 부서지는 소리와 ‘총내려놔, 비니, 뭐든 시키는 대로 다 할게‘라고 말하는 여자의 째지는 듯한 목소리를 듣고 잠이 깰 것만 같은 모텔 방에서 야영을 해야 했다. 이런 경험들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거나 불합리하게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영화 <싸이코>에서 재닛 리가 모텔 욕실에서 살해당하는 장면을 보고 ‘그래도 저기엔 샤워 커튼이라도 있네‘ 하고 생각했던 것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 모든 것이 고속도로 여행을 예측 불가능한 흥미로운 것으로 만들어준다. 하루의 끝에 얼마만큼 편안한 잠자리를 얻게 될지, 어떤 소소한 즐거움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결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 P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