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그 여자는 예쁘게 생겼다‘고 할 땐 보통 ‘그 여자는 소싯적에 예뻤다‘는 뜻일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내가 마거릿에 대해 말할 땐 정말 그렇기 때문이다. 마거릿은 자신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는 걸 안다. 실제로도 그녀는 변했다. 그러나 나는 그 변화의 폭을 다른 사람만큼 느끼지 못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 입에서 식당 지배인 같은 말이 나올 리는 없다. 그래도 이렇게 말하련다. 마거릿은 사라져버린 것만 보고 나는 변함없이 그대로인 것만 본다고. - P129
사십 년 전의 그녀는 이가 갈리게 까다로운 여자였다. 그리고ㅡ날 제대로 엿먹인 그 세 마디의 답변을 증거로 판단컨대 - 나이를 먹었다고 성격이 물러졌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 사실을 나는 스스로에게 단단히 일러두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유순해진다고 생각하는 걸까. 잘 살았다고 상을 주는 게 인생이란 것의 소관이아니라고 한다면, 생이 저물어갈 때 우리에게 따뜻하고 기분좋은 감정을 느끼게 할 의무도 없는 것 아닌가. 생의 진화론적목적 중에 향수라는 감정이 종사할 만한 부분이 과연 있기나한걸까. - P144
나는 끝까지 다 읽었고, 그런 후 자리에서 일어나 잔에 남아 있던 와인을 이리저리 흘리면서 도로 병에 부었다.
그리고 커다란 잔에 위스키를 가득 따랐다.
우리는 살면서 우리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얼마나 자주 할까. 그러면서 얼마나 가감하고, 윤색하고, 교묘히 가지를 쳐내는 걸까. 그러나 살아온 날이 길어질수록, 우리의 이야기에 제동을 걸고, 우리의 삶이 실제 우리가 산 삶과는 다르며, 다만 이제까지 우리 스스로에게 들려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사실을 깨닫도록 우리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도 적어진다. 타인에게 얘기했다 해도, 결국은 주로 우리 자신에게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에이드리언에게, 아니, 에이드리언과 베로니카에게.
(베로니카, 개같은 년. 잘 지냈나? 너도 함께 이 편지를읽도록.) - P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