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가 강물이 마음을 바꾼 듯, 파도가 일 미터 남짓한 높이로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강물이 강 너비를 고스란히 장악하며 밀려와 이 둑, 저 둑에서 부서지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속삭이는 소리, 길게 목을 빼는 모습과 함께 습하고 추운 생각도 일제히 사라져버렸다. 부풀어올라 굽이치는 물결이 키 높이로 다가오더니, 순식간에 우리를 지나쳐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멀리 물러갔다. 함께 있던 친구 몇몇은 물살이 그들을 앞지르는 동안 쫓아가면서 고함을 치고 욕을 퍼붓다가 고꾸라졌다. 나 혼자 강둑에 남아 있었다. 그 순간이 내게 가져다준 느낌을 나는 지금도 적절히 형용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것은-내가 그것들을 직접 봤다는 뜻은 아니지만- 토네이도같지도 지진 같지도 않았다. 자연이 난폭하고 파괴적인 방식으로 우리에게 우리의 본분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뭔가가 고요한 가운데 잘못된 것처럼 보이고 느껴져서 더욱 혼란스러웠다. 마치 우주의 작은 레버가 눌리는 바람에 바로 이곳에서 불과 몇 분 동안, 자연이 뒤집히고 시간도 거꾸로 흐른 것처럼. 또한 해가 진 후에 그 현상을 목격해서인지 한층 신비로웠고, 더욱 속세의 것이 아닌 듯 느껴졌다. - P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