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모든 일 - 점진적으로 강화된 마름에 대한 강조, 미의 기준이 매릴린 먼로에서 케이트 모스로 이동한 것, 이와더불어 식사장애가 부상한 것이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는 사실, 즉 신체 사이즈를 줄이는 것과 자아 자체의 소형화에 대한강조가 여자들이 삶의 다른 영역들에서 성취를 이뤄내기 전까지는 그렇게 열기를 띠지 않았다는 사실은 되새겨볼 가치가 있다. 1970년대 말, 내가 거식중에 휘말리기 시작한 무렵, 여자들에게는 교육과 피임, 낙태의 가능성이 열려 있었고, 삶의 대부분 영역에서 널리 차별에 대한 보호도 받고 있었다. 같은 시기에 의사들은 식욕을 억제하는 암페타민을 한 해에 100억 알씩 처방했고 다이어트 기업 웨이트워처스의 지사가 49개 주에생기고 회원 수가 300만 명에 달했으며 다이어트 식품 업계가식품 산업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문으로 다른 모든 범주를 가볍게 넘어서려던 시점이었다. 수전 팔루디가 1991년에 출간한 책에서 예리하게 묘사했듯, 이렇게 나란히 전개된 두 가지 상황은 페미니즘의 강한 힘에대한 반격이 미학적으로 표출된 양상이었다. 점점 더 많은 여자들이 세계 내에서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할 권리를 요구하고있던 때에, 남자들이 주도하며 동시에 전통적 권력 구조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던 (그리고 여전히 그러한) 문화가 여자들에게 ㅊ반대의 메시지를 날린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여자들이 정신적으로 더 큰 존재가 되자, 육체적으로는 더 작아지라는 말을 듣게 된 것이다. 한때 남자들이 장악했던 영역(각급 학교, 스포츠, 직장, 침실)에서 여자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하자, 여성을 어린애로 취급하고 수동적이고 연약하며 위협적이지 않은 존재로 묘사하는 여성성의 이미지들이 그들을 막아섰다. 로절린드 카워드가 여성의 욕망에서 썼듯이 "여성의 몸은 이 사회가 메시지를 쓰는 장소" 이며,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의 반응은 미국의 평균적 모델의 점점 줄어드는 실루엣에 점점 더 명료하게 새겨졌다. 너무 많이 갈망하지 마라, 너에게 주어진 한계선 밖으로 나가지 마라. - P70
일반적으로 나와 같은 세대의 여자들은 성장하는 동안에 허기를 어떻게 이해해야하는지에 대해 별로 배우지 못했고, 자신의 욕구를 평가하고적절하게 반응하는 방법에 관한 논의도 거의 하지 못했으며, 뷔페처럼 펼쳐진 가능성들과 어떻게 협상해야 하는지에 대한귀한 모범을 본 일도 극히 드물었고, 그 가능성들을 받아들여포용하는 방법에 대한 모범은 더욱더 드물게 보았다. 너무 많이 먹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일반적으로 금기이며, 자신의몸과 체중에 대한 어머니의 염려는 훈계라는 외피에 싸여 딸에게 전해진다. 항상 양이 가장 적은 걸 골라 데이트하러 가기 전에는 그 사람 앞에서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항상 미리 식사를 하고 가라. 그거 먹지 마. 금방 네 엉덩이로 갈 테니까. 성적 갈망은 침묵에 부쳐지는 게 그나마 가장 나은 경우이고, 최악의 경우에는위험과 죄악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파멸의 위험을 지닌 가마솥으로 제시된다. 나와 같은 연령대 여자들의 기억 은행에는 험악하게 노려보는 어머니의 이미지, 신랄한 힐난의 메아리(그 옷 벗어! 매춘부 같아 보이잖아!), 약탈적인 남자아이들의욕망에 관한 위협조의 잔소리 조각들이 잔뜩 들어 있다. 그리고 야망의 세계는 여러 면에서 아직 파악되지 않은 미지의 영토였고, 그 세계에서 요구되는 특성과 기술-강한 자아, 경쟁심, 지적 자신감은 여자아이들의 기를 때로 적극적으로 꺾었고(자랑하지 마, 자만하지 마, 너무 똑똑하게 굴지 마) 모범을 보여주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 P76
선택지들이 폭발적으로 열어젖혀진 세계에 이처럼 복잡하게 뒤엉킨 유산이 전해졌으니 모든 예스는 과거의 노와 충돌할소지가 다분했고 여기엔 당연히 엄청난 혼란이 따른다. 욕구의 밑바닥에 깔린 질문들도 어마어마하다. 무엇이면 만족하겠는가? 당신이 필요로 하는 건 도대체 어느 만큼이고, 무엇인가? 진정한 열정은, 아름다움 혹은 날씬함이라는 외적 목표 뒤에 감춰진 진짜 허기는 무엇인가? 비교적 최근까지도 여자들은 이런 질문을 탐색해보라는 권고를 받은 적이 없었거나, 적어도 깊이 있고 일치되는 견해에 따라 사회가 지지하는 방식으로 권고받은 적은 없었다. 우리는 한 세대에 걸쳐 열어젖혀진 문들과 기존 사회구조의 몰락이 자극하고 장려한, 이른바 포스트 페미니즘적 욕구를 품게 되었지만, 이런 욕구를 갖는 일에대해 항상 명백하고 확고한 지지나 허가를 받는 것도 아니고, 전통적으로 욕구에 늘 따라붙던 경각심과 경고가 완전히 제거된 것도 아니며, 욕구를 지지해줄 심층적 권리 의식도 아직 갖지 못했다. 자유는 권력과 같지 않다. 이걸 짚고 넘어가는 게 중요하다. 선택할 자유도 실질적인 경제적 힘과 정치적 힘의 중량이 어떤 식으로든 밑받침해주지 않으면 오히려 안정을 깨뜨리는 느낌, 지속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얄팍하고 힘없는 느낌을 줄수 있다. - P77
이름 붙이지 못한 허기는 무시무시한 허기가 되고 자기 불신의 근원이 된다. 이는 욕구가 지닌 또 하나의 황금률이다. 우리는 논의하거나 탐색할 수 없는 것은 두려워하게 되고, 금지된 것에는 끌리는 동시에 겁을 먹게 된다.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이해에 대해 은밀함으로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정교한 순화의 형식을 택하는 것으로도 반응했던 것 같다. 욕구를 지하로 몰아가 더 안전한 곳들로, 덜 두려운 경로로 빼돌린 것이다. 가족의 스타일과 다르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고, 가족들이 가치를 두지 않는 것들에 갈망을 느끼는 것은 그들과 나를 더욱 소원하게 만드는 무서운 일이었기에, 나는 인정에 굶주린 수많은 고분고분한 여자아이들이 배우는 것을, 그러니까 남들이 내게 원하는 것을 원하는 방법을 배웠다. 배경 속으로 녹아들기. 잘 살펴보기. 남들이 무얼 기대하는지 판단하고 그에 따라 반응하기. - P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