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여기에 개인적. 집단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역병이 가져오는 도전과 인간의 웅전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 좋은 면에서건 나쁜 면에서건 그렇다. 역병은 사회질서를 재편하고, 사람들을 흩뜨리고, 경제를 황폐화하고, 신뢰 대신공포와 의심을 부추기고, 타인을 비방하게 하고, 거짓이 난무하게하고, 비탄을 자아낸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선의와 협력, 희생과 창의성을 끌어내기도 한다.
예전 역병 때와 비교하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도시는 극도로 밀집되어 있고, 전자 기술과 현대의학이 발전했으며, 물질적으로 더 풍요롭고, 실시간으로 세상 소식을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은 병의 확산 추이를 우주에서 (도시 활동의 마비를 관측함으로로써), 지상에서(휴대전화 이용자들의 위치 변화를 감지함으로써), 그리고 분자 수준에서(유전 기술로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를 분석해 확산 경로를 파악함으로써) 연구할 수 있다.
하지만 SARS-2 바이러스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있을 수없는 완벽한 상황이다. 바이러스는 지금 제 세상을 만났다. 진화생물학 용어를 빌리자면 ‘생태적 해방ecological release‘을 맞았다. 이는 어떤 종이 기존에 얽매였던 제약에서 풀려나면서 서식 범위와 개체수가 치솟는 현상을 가리킨다. 전형적인 예가 인간이 새로운 지역에 침입종invasive species을 도입하는 경우다. 호주를 장악한 사탕수수두꺼비, 뉴질랜드를 뒤덮은 쥐(뉴질랜드에서 수백만 년간 살아온 공룡의 후손 투아타라를 1250년 무렵 거의 절멸시켰다), 미국 남동부의 칡 등이 그 예다. 모두 외래종이 갑자기 무주공산을 만나 마음껏 증식한 현상이다. 인간은 SARS-2에 자연적인 면역이 없다. SARS-2는 우리가 지금까지 만나본 적이 없는 병원체니까. 그래서 이른바 ‘미개척지 유행병virgin soil epidemic‘이 일어났고,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세상을 휩쓸었다. - P64

공중보건 관점에서 이와 같은 공기 전파는 일반적인 비말 전파복다 훨씬 더 심각하게 여겨진다. 비말 전파는 감염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거나 힘주어 말을 할 때 바이러스를 다량 포함한 비말이 뿜어 나오면서 이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형태다. 비말은 비교적 무거워서 보통 배출자 주변 2m 이내의 땅에 떨어진다. 2020년 범유행기에 2m 이상의 신체적 거리두기 지침이 시행된 것도 그 때문이다(물론 2m가 반드시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다). 반면 공기 전파는 매우 가볍고 미세한 바이러스 입자가 공기를 타고 장거리를 이동하면서 전파되는 형태다. 아모이가든스 확산 사태는 공기 전파에 의한것으로 보이며, 감염원은 다름 아닌 배설물이었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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