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5일에는 중국 대부분 지역에 봉쇄령이 내려졌다. 그 직후 내 중국인 제자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른바 ‘봉쇄관리‘ 조치가 시행된 지역의 총인구는 9억3400만 명에 달했다. 중국의 봉쇄 조치는 마오쩌둥 시절의 사회통제를 연상케 할 만큼 규모와 강도가 엄청났다.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는 규모의 공중보건 조치였다. ‘봉쇄관리‘에 따라 여러 조치가 시행됐다. 주민들은 집 밖으로나올 수 없었고, 일주일에 1회 또는 2회 생필품 구매를 위한 외출만 허락됐다. 구매자들은 2m 간격을 유지한 채 줄을 섰다. 평소 중국의 보행자 밀도를 생각하면 누가 봐도 놀라운 광경이었다. 그리고집 밖에선 누구나 예외 없이 마스크를 써야 했다. 모든 지역 간의 행인과 차량 이동은 검문을 통해 특별 출입 허가증을 소지한 경우에만 허락됐다. 작게는 동네 단위로 출입 통제가 이루어졌다. 출입 허가중에 적힌 문구(‘바이러스와의 싸움은 만인의 책무)에서 거리에 내걸린 붉은색 대형 현수막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과거를 연상케 하는집단주의식 표어가 등장했다. 모든 장소의 입장객은 체온을 측정했고, 학교 수업은 온라인으로 실시했으며, 차량과 공공장소를 주기적으로 소독했다. 식품과 기타 생필품이 엄청난 규모로 치밀하게 배송됐다. 중국 당국은 배달 회사의 상품 배달을 장려했고, 배달 회사는주문용 앱을 통해 차량 운전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했고 열이 없음을 보증했다. 봉쇄 규칙을 시행하는 역할은 구역 담당자, 지방공무원, 공산당원등의 몫이었다. 중국의 권위주의적 통치체제와 집단주의적 사회규범 덕분에 통제가 수월했다. 봉쇄는 그저 상의하달식으로만 시행된 것도 아니었다. 가령 시골 주민들은 베어 쓰러뜨린 나무로 바리케이드를 쌓아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하기도 했고, 지역 방언으로 방문객을 심문하여 불청객을 가려내기도 했다. 통제는 현대적인 방식으로도 이루어졌다. 2월에 한 국영 군용 전자기기 제조사가 공개한 앱은 사용자가 이름과 신분증 번호를 입력하면 비행기 · 열차·버스 이용 중 바이러스 보유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지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은이런 기술이 등장한 데 섬뜩한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곧 자국 역시 비슷한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거나 더 나아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게 됐다. - P38
바이러스 유전체 지도 작성의 중요한 장점 하나는 바이러스의 변이체를 정확히 가려내 전 세계 확산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이러스의 유전체는 미세한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즉 유전암호에 미미한 변화가 일어나는데, 바이러스의 기능에는 대개 영향이 없다. 변화의 발생 주기는 상당히 일정해서, 평균적으로 2주마다 한 번씩 미세한 돌연변이가 일어난다. 유전암호의 어느 곳이 바뀔지는 알 수 없다. 돌연변이 위치는 무작위적으로 선정되며, 따라서 바이러스는 지역에 따라 그 유전체가 조금씩 다른 모습이 된다. 세계 각지에서 수천수만 건의 검체를 수집해 무작위적으로 누적된 돌연변이를 조사하면, 바이러스의 이동 경로를 재구성할 수 있다. 마치 여권에 찍힌 도장처럼, 바이러스가 어디를 거쳐 왔으며 언제 국경을 넘어왔는가 하는 이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예컨대 그랜드 프린세스호 발병 사태가 시애틀 발병 사태와 연관된 것이고, 시애틀은 우한의 최초 발병과 연관된 것임을 신속히파악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기법 덕분이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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