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그리스 신화의 신들은 어린 시절 늘 나와 함께했다. 내 상상 속에항상 살아 있었고, 그리스 이민자 출신인 부모님이 잠자리에서 들려준 이야기 속에도 등장했다. 그리스의 친척 집에 갔을 때 같이 놀던아이들 이름이기도 했다. 나를 매료시킨 것은 신들의 이중성이었다. 그리스 신들은 막강한 불멸의 존재이면서 동시에 나약하고 사악했다. 가령 아폴론은 치유의 신이면서 질병의 신이다. 트로이전쟁 중 아폴론은 은 활을 겨누고 화살을 빗발치듯 퍼부어 그리스인들에게 역병을 안겼다. 그리스인들이 자신을 섬기는 신관의 딸 크리세이스를 납치해 가서 풀어주지 않은 데 대한 벌이었다.
『일리아스』에 묘사된 트로이전쟁이 일어난 지 3000년이 지난 지금, 나는 눈앞에 펼쳐지는 사태를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아폴론의 보복을 떠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전에 없던 새로운 위협인 동시에 지극히 오래된 위협인 듯했다. 지금의 사태는 우리에게 현대적 수단으로 무장하되 옛 지혜에 의지하여 싸워나가라고 촉구하고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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