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가 현재 석탄에 의존하는 한 가지 이유는 산림 훼손이다. 15세기와 16세기가 되자 스코틀랜드 숲 지대의 95퍼센트가 벌목되었다. 남은 연료는 땅속에 있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공장의 보일러와대다수 가정의 난로에서 나무가 사라졌는데도 나무는 말 그대로 석탄산업을 떠받치고 있다. 탄광의 모든 갱도는 돌의 무게에 작용하는 중력과의 도박이다. 탄광 연보와 탄광 조사관 보고서는 탄광주의 지질학적 도박에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으로 가득하다. 이들들은은 "천장이 무너지고 석탄이 무너지고돌이 무너지고잔해가 무너져 죽었다. 수백 년이 지나도록, 재난을 막아줄 것이라고는 나무 말뚝과 가로대로 만든 ‘갱도지주차‘뿐이었다. 현지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했던 탓에, 러시아, 스칸디나비아, 남유럽에서 잘라 온받침목들이 포스강에 늘어선 선착장에 하역되었다. 1930년대가 되어서야 스코틀랜드 지주 젠트리 계급은 땅을 조림지로 전환하여 갱도지주를 공급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광부들은 목숨을 부지하려면 갱도지주의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나무는 부서지기 전에 끼익, 빽하는 소리를 낸다. 뒤틀린 나무의 비명 소리는 천장이 무너지기 전에피신하라는 신호였다. 탄광주들이 갱도지주를 철제로 교체한 것은 철의 뛰어난 강도로 보건대 개선인 것 같았지만, 문제는 경고음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철은 사전 경고 없이 파국적으로 무너진다. 이 때문에 광부들은 목재 갱도지주를 철제 지주에 덧대어 청각적 조기 경보 시스템을 복원했다. 광부들의 목숨을 구한 공로는 카나리아보다 나무에게 돌아가야 한다. 카나리아는 21세기의 혁신적 발견으로, 재난이 닥친 뒤에 구조대원들이 주로 활용했다. - P152

 어떤 지역이 부유해지면 자기네 숲을 보호하고 숲 면적을 증가시킨다. 하지만 목재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수입이 증가하여 목재 수입국의 무성한 숲 지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산림 훼손이 일어날 것이다.
인구밀도가 높은 유럽 북부 나라들은 현지의 정치적 압력이 아니더라도 임목만 가지고는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없다. 땅과 숲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재 펠릿을 다른 곳에서 구해야 한다. 미국 남동부의 목재 소유주들은 국내 판매량이 당장 급증할 기미가 없으므로 기꺼이 유럽 구매자들과 장기 계약을 맺는다.
각국의 국민과 나무는 예전에는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었으나 이제는 단단히 매여 있다. 영국 가정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캐롤라이나와 조지아의 숲과 조림지가 벌목된다. 파운드로 납부된 세금은 달러로 짓는 펠릿 공장에 흘러든다. - P156

펠릿이든 석유, 재생가능 에너지이든 아니든 수입 연료는 그 사회의 에너지원에 대한 모든 감각적 연결의 끈을 끊는다. 우리의 연료 탱크는 세상에 연결되어 있으나 우리의 몸과 마음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중석기인처럼 불에 의존하나 이제는 화덕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지구적 에너지 교역의 이러한 약점은 구체적인 정책 규제보다 더 심각하다. 규제는 다시 쓰면 되지만 단절은 복구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유럽의 ‘녹색‘은 사실 무지개색이다. 전 세계에 걸쳐 식물에게 수집되고 정책의 안개를 통해 굴절된 햇빛의 여러 색깔인 것이다. 이 무지개가 땅에 닿는다. 유럽 시장에 도착한 목재, 에탄올, 바이오디젤은 미국,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프레리와 숲에서 온 것이다. 이곳에서의 확장된 삶의 경험은 에든버러, 런던, 브뤼셀의 재생가능 에너지 정책에 몸으로 체득한 지식을 더할것이다. - P159

우렁찬 소리는 폰데로사소나무의 뻣뻣한 바늘잎에서 난다. 다른 나무의 잎은 흐르는 공기에 순응하지만 폰데로사소나무는 구부러지지않는다. 가지와 잔가지가 바람에 까닥거릴지언정 바늘잎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바늘잎은 수천 개의 굳센 살로 바람을 써레질하여 바람에 사납게 골을 판다. 이 골에서 나는 소리는 잔향이 없다. 팔락팔락 흔들리는 잎의 에너지가 하나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나무는 바람의 성격을 시시각각 알려준다. 돌풍이 지나가면 음역을 한껏 올렸다가 공기의 움직임이 달라짐에 따라 가늘어지거나 부풀거나 잦아든다.
존 뮤어John Muir도 폰데로사소나무의 소리를 들었는데, 그의 묘사는 내게 수수께끼였다. 바람에 대한 폰테로사소나무의 반응에서 그는 바늘잎에서 나는 "최상의 음악"과 "자유롭고 날갯짓하는 듯한 허망"을 들었다. 써레질은 어디로 갔나? 다급한 경고음은? 뮤어는 자신의 솔숲에서 아이올로스(호메로스,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바람의 지배자_옮긴이)의 화음을 들었지만 나는 아리엘(셰익스피어, 「폭풍」에 등장하는 공기의 정링_옮긴이)이 감옥에서 허공을 할퀴며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 이렇듯상반된 경험은 기질의 차이에서 비롯하는지도 모른다. 뮤어의 끊임없는 황홀경은 필적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식물 분류학 문헌을 읽어보니 뮤어가 들은 소리와 내가 들은 소리는 서로 다른 방언이었다.
폰데로사소나무는 변이가 다양한 나무다. 나뭇진 냄새가 장소에 따라 다를 뿐 아니라 언어의 형태와 뻣뻣함도 지역적 변이가 있다. 로키산맥의 폰데로사소나무는 바늘잎 길이가 캘리포니아에 있는 뮤어의 폰데로사소나무에 비해 절반에 불과하다. 로키산맥의 나무는 바늘잎표면 아래의 두터운 세포벽 때문에 더 뻣뻣해서 태평양 연안에서 자라는 말보다는 철선솔에 가깝다. 바늘잎은 짧고 뻣뻣할수록 소리가세다. 아리엘은 캘리포니아에 행복하게 사로잡힌 채 비교적 촉촉한 흙에 뿌리 내린 나무에서 달콤하게 노래하는 듯하다. 건조한 여름과 무거운 겨울 눈에 적응한 바늘잎이 신음을 내뱉는 것은 메마른 콜로라도 산지에서뿐이다. - P166

이따금 용광로의 열이 화염으로 번지기도 하는데, 폰테로사소나무는 여기에도 대비가 되어 있다. 늦여름 비는 기대하기 힘들지만 번개는그렇지 않다. 뇌우 때문에 숲을 찾지 못한 적도 여러 번이다. 지금 내게 그늘을 드리운 나무를 비롯한 상당수는 껍질에 골이 파여 있다. 이좋은 우동지부터 뿌리까지 죽 이어진다. 벌어진 곳을 막으려고 상처좌우로 껍질이 부풀어 있지만, 번개로 인한 상처가 완전히 치유되는일은 드물며 헐벗은 목질부는 고산의 햇빛을 고스란히 받아 회색으로 바랜다.
내 엉덩이 밑의 마른 바늘잎과 풀은 불이 엄청나게 잘 붙는다. 번개가 숲바닥에 불을 피우면 불꽃이 숲밑을 따라 기어오르거나 솟구친다. 이렇듯 땅에서 불이 나면 숲은 새카맣게 타버리지만 나이 든 폰데로사소나무는 용의 피부처럼 두꺼운 판으로 이루어진 껍질이 열과 화염을 막아주어 무사하다. 아스펜을 비롯한 다른 나무들은 불에 견디는 힘이 약하며, 약한 산불은 폰데로사소나무의 경쟁자들을 몰아낸다. 10년에 한 번꼴로 화마가 휩쓸고 지나가면 폰데로사소나무는 승승장구한다.
그렇다고 해서 용이 어떤 불에도 무적인 것은 아니다. 어떤 불은 더뜨겁고 더 높이 올라간다. 이런 불은 땅바닥에서 숲지붕까지 기어올라가 무성한 잔가지를 집어삼킨다. 우듬지가 절반 이상 타면 폰데로사소나무는 죽는다. 사나운 불은 살아있는 나무를 모조리 쓸어버린다. 숲이 복원되려면, 씨앗이 싹트고 어린나무가 생장하는 수십 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숲의 성격은 큰불과 작은 불이 얼마나 자주 찾아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산불의 리듬을 좌우하는 요인은 여러가지다. 산지기와 땅임자는 작은 불을 진화하여 큰불의 연료를 비축하고, 가뭄으로 약해진 소나무의 향은 치명적인 나무좀 떼를 끌어들여 마른 땔나무를 남기며, 무엇보다 습도와 온도의 변화-단기적 날씨변동과 장기적 기후 추세가 불을 부추기거나 억누른다. - P173

산불은 열대림과 한대림을 둘 다 변형시키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개간을 위해 놓은 산불이 번져 연기가 여러 나라를 덮기도 한다. 이 나라들에서는 미립자 물질-불타는 우림에서 발생하여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작은 부스러기 - 을 들이마시는 것이 공중 보건에 심각한문제를 일으켜 국가 간 협정으로 산불을 통제하려 한다. 아마존에서는 가뭄으로 인한 산불 때문에 (대규모 개간의 피해를 입지 않은 곳에서조차)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한대림 극북 지대에서는 재생 속도가 산불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지구적 관점에서 볼 때 이 모든 산불은 탄소의 대기 중 유출을 가속화한다. 전前산업 시대 이후로 대기중에 초과 방출된 이산화탄소의 5분의 1이 산불에서 비롯했다. - P17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