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닥쳤을 때는 사방을 돌아봐도 막막할 뿐이다. 땅이라도뚫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만 들어서 한 치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행히 나는 두 눈을 지니고 있어 조금이나마글자를 알고 있으므로, 손에 한 권의 책을 든 채 마음을 달래고있노라면 무너진 마음이 약간이라도 안정이 된다. 만약 나의 눈이 비록 오색을 볼 수 있다고 해도, 책을 마주하고서 마치 깜깜한 밤처럼 까막눈이었다면 장차 어떻게 마음을 다스렸을까.
슬픈 일을 당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잊으려고만 한다. 그러나 슬픔이란 잊으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자기 내면 깊숙이자리 잡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슬픔을 위로하는 방법은 슬픔 속에서 찾아야 한다. 만약 기쁨이나 즐거움과 같은 다른 감정으로 슬픔을 극복하려고 한다면 거짓 감정으로 참된 감정을 덮어 버리는 어리석은 짓일 뿐이다. 내면 깊숙이 숨어 있던 그 슬픔은 언제 어디서든 다시 자신을 덮치게 되어있다.
그렇다면 슬픔 속에서 슬픔을 위안할 방법을 찾으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슬픔이 닥쳤을 때 거짓 감정으로 자신을 속이지 말고 슬퍼할 수 있는 한 실컷 슬퍼하라는 말이다. 슬픔이 지극해진 후에야 비로소 슬픔을 넘어설 수 있다. 어디 슬픔만 그렇겠는가? 모든 감정이 마찬가지다. 기쁘면 실컷 기뻐하고, 즐거우면 실컷 즐거워하고, 화가 나면 실컷 화를 내고, 두려우면 실컷 두려워하고, 좋아하면 실컷 좋아하고, 미워하면 실컷 미워해야 한다. 거짓으로 자신의 감정을 속이는 것보다 차라리 어린아이처럼 진솔하게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는 것이 더 낫다. 자신에게도 정직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정직한 감정이란 바로 그와 같아야 한다. - P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