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지능의 일부는 체내가 아니라 다른 종과의 관계 속에 존재한다. 특히 뿌리골무는 생명 공동체의 여러 종과, 그중에서도 세균 및 균류와 대화한다. 이러한 화학적 교환을 통한 의사결정은 어느 한 종이아닌 생태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진다. 세균은 신호 역할을 하는 작은분자를 만들어내어 세포가 집단적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분자들은 뿌리 세포에 스며들어 식물의 화학물질과 결합함으로써 생장을촉진하고 뿌리의 구조를 조절한다. 뿌리도 세균에게 신호를 보낸다. 뿌리가 공급하는 당은 세균에게 영양소를 제공하는 동시에 세균의 유전자를 켜고 끈다. 뿌리가 공급하는 먹이와 화학적 신호에 이끌린 세균은 뿌리 주위에 젤처럼 생긴 층을 이루어 뭉친다. 이렇게 확립된 세균층은 뿌리를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고, 염도 변화에 대해 완충 작용을하며, 생장을 촉진한다.
뿌리가 균류와 대화하는 수단은 토양을 통해 전달되는 화학적 신호다. 공생 균류는 이 신호를 받으면 뿌리 쪽으로 자라며 자신도 화학적분비물을 내보내어 응답한다. 그 뒤에 뿌리와 균류는 더 친밀한 접촉을 위해 세포막 표면을 변화시킨다. 화학적 신호와 세포 생장이 올바른 순서로 일어나면 뿌리와 균류는 서로 엉켜 당과 무기물을 교환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뿌리 키메라는 균류와 서로 먹이를 교환할 뿐 아니라 균류를 통해 이동하는 화학적 신호의 형태로 정보를 이 식물에서 저 식물로 전달한다. 이 화학적 신호 분자는 곤충이 공격하거나 흙이 마르는 등 식물에게 고통스러운 현상이 일어났음을 알린다. 따라서 흙은 장터와 비슷하다. 뿌리는 모여서 식량을 교환하며, 그 와중에 주변 소식도 나눈다. - P57

균류가 사는 잎은 식물 세포로만 이루어진 잎에 비해 초식동물을 퇴치하고 병원성 균류를 죽이고 극단적 기온 변화를 이겨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식물의 잎에 사는 (내생endophytic) 균류는 100만 종에 이르는것으로 추정되어 지구상의 생물 중에서 가장 다양한 축에 든다.
버지니아 울프는 "진정한 삶"이란 "개인으로 살아가는 각자의 짧은 인생이 아니"라 "공동의 생활"이라고 썼다. 그녀가 포착한 진실은 인간형제자매와 더불어 나무와 하늘을 아우른다. 나무의 성질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울프의 생각이 비유로서가 아니라 구체적 현실로서 참임을 입증한다. 케이폭나무 아래의 가위개미, 균류, 세균의 연합과 마찬가지로 나무의 뿌리 · 균류 · 세균 복합체는 "각자의 짧은 생명으로 나눌 수 없다. 숲에서는 울프가 말하는 "공동의 생활"이 유일한 삶이다.
실험실을 나서면 나무와 그 밖의 종이 이루는 관계가 몇 배로 복잡해진다. 이 그물망에서는 판단의 바탕이 되는 정보 흐름에 수천 종이 관여한다. 이에 비하면 검은머리박새의 문화가 단순해 보일 정도다. 따라서 발삼전나무만 생각하는 게 아니다. 숲이 생각한다. 공동의 생명에는 마음이 있다. 숲이 ‘생각‘한다는 주장은 의인화가 아니다. 숲의 생각은 인간을 닮은 뇌에서가 아니라 관계의 살아있는 그물망에서 생겨난다. 이 관계는 전나무 바늘잎 안의 세포, 뿌리골무에 모인 세균, 식물의 화학물질을 냄새 맡는 곤충의 더듬이, 먹이 저장고를 기억하는동물, 주변의 화학적 환경을 감지하는 균류로 이루어졌다. 이 관계의성격이 다양하다는 사실에서 숲의 생각이 우리와 사뭇 다른 박자, 질감, 양식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인간과 검은머리박새를 비롯하여 신경을 가진 그 밖의 생물도 숲의 일원이다. 따라서 숲의 지능은많은 종류의 상호 연결된 생각 집합에서 생겨난다. 신경과 뇌는 숲의 마음을 이루는 한 부분이지만, ‘한‘ 부분일 뿐이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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